교통약자, 편의가 아닌 당연한 권리의 주체 - 이경선 광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기획부장
2024년 11월 13일(수) 21:30 가가
최근 지자체에서 도시회복을 목표로 ‘대(중교통)·자(전거)·보(행) 도시’ 정책을 추진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도시의 교통체계 구축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열한 번째 목표인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포용적이고 안전하며 회복력 있는 도시와 주거지 조성을 위해 도시교통 인프라는 기후위기 등 환경적 측면뿐 아니라 노동, 주거, 교육, 돌봄과 같은 필수적인 사회경제적 활동과 결부돼 있고 이는 도시 내부의 양극화와 불평등, 불균형 등을 비롯한 사회적 구조 전반에 연동한다. 특히 저출생과 고령화 등 인구위기 측면에서도 도시 교통체계는 매우 중요한 대응 요소이다.
이처럼 대·자·보 정책은 미래도시로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계획이라 할 수 있기에 기대만큼 걱정도 따른다. 그 중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정책 대상자로서 비교통약자와 교통약자의 평등한 이동권 보장에 대한 부분이다. 즉 교통약자의 권리를 시혜 또는 배려의 관점에서 ‘편의’ 정도로만 인식하는 과거의 행태를 답습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흔히 교통약자를 장애인으로 한정지어 생각하는데 교통약자법에 따르면 ‘교통약자’란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을 말한다. 도시인구의 약 30%를 차지한다.
뚜벅이 워킹맘이라 주5일 아침, 저녁마다 도보로 어린이집 등하원을 시키고 있으니 필자 또한 교통약자에 속하겠다. 어린이집까지는 세 번의 횡단보도를 지나 15분 정도가 소요된다. 길지 않은 거리임에도, 만 1세 아이를 유아차에 싣고 걷기에는 생각보다 위험요소가 많다. 특히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에는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노면이 패이거나 꺼진 부분도 많고, 횡단보도에서 인도로 올라가는 턱이 높거나 일정치 않아 유아차 운행에 애를 먹을 때가 많다. 그 와중에 신호도 짧아서 유아차를 끌고 거의 뛰다시피 건너야 하니 그야말로 위험천만하다.
인도나 차도의 구분이 없는 생활도로(이면도로)에서는 보행권 자체가 침해당하는 경우도 많다. 또 차와 사람이 동시에 통행할 경우에는 사람의 통행이 우선이라고 한다. 언뜻 보행자의 권리가 먼저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도 그럴까? 적어도 교통약자의 관점에서 볼 때 생활도로에서 보행자는 수동적인 입장에 놓일 때가 많다. 특히 유아차나 휠체어를 동반한 보행자의 경우 차와 동시에 통행하는 상황에서 신호등이 없으니 차가 지나가거나 혹은 멈춰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언감생심 유아차를 동반해 대중교통(버스)을 이용하는 일은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 당사자로서 그 이유를 말하자면 일단 유아차 승차가 가능한 저상버스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 또한, 승·하차 과정에서 휠체어와 동일하게 리프트를 이용할 수 있는지, 유아차 안전장치는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가동하는지 등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학습된 바가 전혀 없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승·하차 시간이 지체되는 동안 버스기사와 다른 승객들의 불만과 원성을 들어야 할 게 뻔하고, 내내 눈치 봐야 하는 불편한 상황을 겪고 싶지 않아서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광주라는 도시에서 차 없이 육아를 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 (지속가능발전운동을 하고 있음에도) 생각의 회로는 ‘이쯤되면 아이를 위해서 차를 사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로 귀결되고 만다. 시민의 이동권은 공공서비스의 필수영역인데 이러한 도시공공성 문제를 개인 또는 소수의 문제로 치부해 당연한 권리를 너무 쉽게 포기하도록 가스라이팅 당해온 건 아닐까.
그러므로 ‘대·자·보 도시’가 반쪽짜리 정책이 되지 않으려면 보다 적극적인 지자체의 노력과 끈기가 필요하다. 먼저 교통시설 및 시스템 등 물리적 환경 개선의 과정에서 다양한 시민 구성원에 대한 섬세하고 구체적인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동시에 제도와 정책을 눈치 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실제 이용자들, 특히 교통약자의 관점에서 고충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반드시 있었으면 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민과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가치와 진정성 있는 상호이해에 기반한 시도와 실험들을 통해 지속가능한, 포용도시 광주라는 단단한 열매를 맺게 되리라 믿는다.
흔히 교통약자를 장애인으로 한정지어 생각하는데 교통약자법에 따르면 ‘교통약자’란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을 말한다. 도시인구의 약 30%를 차지한다.
언감생심 유아차를 동반해 대중교통(버스)을 이용하는 일은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 당사자로서 그 이유를 말하자면 일단 유아차 승차가 가능한 저상버스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 또한, 승·하차 과정에서 휠체어와 동일하게 리프트를 이용할 수 있는지, 유아차 안전장치는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가동하는지 등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학습된 바가 전혀 없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승·하차 시간이 지체되는 동안 버스기사와 다른 승객들의 불만과 원성을 들어야 할 게 뻔하고, 내내 눈치 봐야 하는 불편한 상황을 겪고 싶지 않아서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광주라는 도시에서 차 없이 육아를 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 (지속가능발전운동을 하고 있음에도) 생각의 회로는 ‘이쯤되면 아이를 위해서 차를 사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로 귀결되고 만다. 시민의 이동권은 공공서비스의 필수영역인데 이러한 도시공공성 문제를 개인 또는 소수의 문제로 치부해 당연한 권리를 너무 쉽게 포기하도록 가스라이팅 당해온 건 아닐까.
그러므로 ‘대·자·보 도시’가 반쪽짜리 정책이 되지 않으려면 보다 적극적인 지자체의 노력과 끈기가 필요하다. 먼저 교통시설 및 시스템 등 물리적 환경 개선의 과정에서 다양한 시민 구성원에 대한 섬세하고 구체적인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동시에 제도와 정책을 눈치 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실제 이용자들, 특히 교통약자의 관점에서 고충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반드시 있었으면 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민과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가치와 진정성 있는 상호이해에 기반한 시도와 실험들을 통해 지속가능한, 포용도시 광주라는 단단한 열매를 맺게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