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이 무서워 3년만에 해수욕장을 찾았는데, 이제서야 제대로 된 여름 피서를 보내는 것 같아요”

광주·전남 전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 8일부터 전남지역 해수욕장 57곳이 속속 개장을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밀집우려가 있는 해수욕장에 피서객들이 발길을 멀리 했지만, 엔데믹으로 다시 피서객들이 전남 해수욕장으로 발길을 되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장 첫날인 8일 오전 완도군 신지면 명사십리 해수욕장에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임에도 삼삼오오 모인 가족단위 피서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비가 온 탓에 바다에 몸을 담그는 피서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다들 오랜만에 찾은 해수욕장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더위를 식혔다.

일부 피서객들은 우산을 쓰고 해변을 걷고, 흐린 날씨에도 선글라스를 끼고 사진을 찍는 커플이 있는가 하면 곡성지역에서 온 산악동호회는 바다에 들어가 비치발리볼을 즐기기도 했다.

또 해변 곳곳에서는 모래성을 만드는 아이들과 모래찜질을 하는 가족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휴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완도군 신지명사십리 해수욕장을 찾은 임춘(42·광주시 광산구 월곡동)씨는 올해 7살이 된 아들과 탱크모양의 튜브를 타고 물놀이를 즐겼다.

임씨는 “해수욕장 개장 소식을 듣고 즉흥적으로 가족여행을 와서 비가 올 줄은 몰랐다”며 “아침부터 기대한 아들을 위해서라도 즐거운 추억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남에서 온 이시은(12)양도 오래 전부터 해수욕장 개장일을 달력에 적어뒀다가 조부모, 고모 등 대가족 9명과 함께 이날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찾았다. 이 양은 “해남에서 오는 길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부모님이 차를 돌릴 뻔 했다”며 “작년에 코로나 때문에 못 왔던 것까지 2배로 재밌게 놀겠다”고 웃어보였다.

8일 오후 비가 잦아들자 보성 율포해수욕장에는 한낮 더위를 피하기 위한 사람들이 몰렸다. 특히 해수욕장 개장에 맞춰 볼거리와 체험 행사 등이 마련돼 해수욕장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율포솔밭 해수욕장 오른쪽 해변에는 색색의 파라솔과 돗자리가 자리했고, 해상에는 대여한 ‘패들보드’ 위에 올라타 노를 젓는 아이,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들이 가득했다.

해수욕장과 연계된 텐트촌에도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물놀이를 실컷 즐긴 피서객들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텐트로 향했고 삼겹살을 굽는 냄새가 해수욕장을 가득 채웠다. 수박을 쪼개 나눠먹으며 더위를 쫓는 가족들도 있었다.

광주에서 보성군 율포솔밭해수욕장을 찾은 김지훈(32)씨는 “오랜만에 해수욕장에 와서 물놀이도 하고 고기도 구워먹으니 어릴적 가족여행이 떠오른다”며 “3년만에 해수욕장에 오니 피서다운 피서를 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성군 벌교읍에 거주하는 박영훈(42)씨는 “고등학생때부터 율포솔밭 해수욕장을 매년 방문했는데 4살 된 딸이 태어난 후로는 코로나 때문에 해수욕장에 오지 못했다”며 “딸이 태어나고 해수욕장을 오늘 처음 왔으니 사진을 많이 남길 생각이다”고 전했다.

지자체들은 본격적인 해수욕 철을 맞아 안전사고에도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완도 신지명사십리 해수욕장 운영 관계자는 “매일 안전요원 40여명이 망루 5개소에 상시 대기하고 정기적인 도보순찰, 해상 제트스키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며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안전요원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전남 12개 시·군지역 57개 해수욕장이 8일부터 차례로 문을 열고 피서객을 맞이한다. 전남에서 가장 먼저 개장한 곳은 완도군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 보성군 율포솔밭해수욕장 등 12곳 이다.

오는 14일부터 15일까지 나머지 44곳의 해수욕장이 모두 문을 열고 피서객을 맞는다. 영광군 송이도 해수욕장은 이달 22일 개장한다.

/완도·보성 글·사진=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