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시설재배를 하는 농부들은 늘 신경이 곤두서 있다. 온·습도, 강수 등 기상 상황에 민감한 비닐하우스 관리를 잠시라도 소홀히 했다간 수개월 지은 농사를 통째로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광주시 남구 승촌동에 귀농한 이대일(48)씨가 이같은 농부들의 고충을 해결하고자 직접 비닐하우스 자동화 시스템 ‘스마트 이지팜 시스템’을 개발했다. 언제 어디서나 비닐하우스 시설을 조종할 수 있는 장치로, 버튼 하나만 클릭하면 비닐하우스 측창(側窓)을 손쉽게 열고 닫을 수 있다.

비닐하우스 시설재배는 측창을 제 때 여닫는 것이 중요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창이 열려 있으면 고춧잎이 낱낱이 떨어져 버리고, 햇빛 쬐는 날 소나기가 온다고 창을 닫아 놓았다가 자칫 내부 온도가 높아지면 작물이 고사하기도 한다.

“농부들은 한시도 비닐하우스 곁을 떠날 수 없어요. 하지만 젊은 농업인들은 자녀 교육이나 문화 생활 등 문제로 수km 밖 외지에 거주하고 있어 기상 상황에 즉각 대처하기가 어렵죠. 최근에는 이상기후로 집중호우, 돌풍, 냉해 등이 잦아지기도 했고요.”

이씨는 ‘원격 조종’에서 답을 찾았다. ‘스마트 이지팜 시스템’은 원하는 시간마다 자동으로 문을 여닫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거나, 내부 온도나 습도가 너무 높거나 낮을 경우에도 물론 자동 개·폐가 가능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카메라에 접속, 비닐하우스 상황을 원격으로 지켜볼 수도 있다.

기존 공장형 스마트팜은 수천만원의 예산을 필요로 하지만, 이씨는 설치 비용을 비닐하우스 한 동에 350만원 수준으로 낮췄다.

“무엇보다 이 시스템은 확장성이 있습니다. 와이파이 모듈을 줄줄이 연결해 만든 시스템이거든요. 액체비료 살포, 물 주기, 조명 등 기존에 쓰이던 전동 시설 기능을 자동화 목록에 추가할 수도 있고, 센서만 추가한다면 비, 바람, 태풍 등 원하는 작동 조건을 마음껏 추가할 수 있죠.”

결정적인 개발 계기는 어머니였다. 이씨는 “어머니가 요즘 다리가 많이 아프신데, 소나기라도 온다 싶으면 비닐하우스 문을 닫으러 자전거를 끌고 수km를 달리신다”며 “그런 어머니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 드릴 순 없을까 고민하다 스마트팜 시스템을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귀농 전부터 자동화 시스템에 일가견이 있었다. 지난 2005년부터 영화관 영사기, 마스킹(영상 외곽의 하얀 여백을 검은 천으로 가리는 일) 장치 등을 자동화하는 등 무대기계·전동설비 일을 해 왔다. 지난 2019년부터 코로나19 여파로 일감이 급격히 줄어들자, 이씨는 오랫동안 꿈꿔 왔던 귀농을 결심했다.

이씨는 “무작정 농사를 더 편하게 하자는 게 아니다.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 소모를 줄이고 더 효율적인 농업을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 꾸준히 농업을 지속하려면 더 효율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농업인들에게 작물을 공부하고 미래를 대비하며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주고 싶습니다. 저의 새로운 도전을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습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