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년 3개월 만에 총리직을 내려 놓으면서 더불어민주당 대권 경쟁에도 불을 지폈다.

광주·전남지역에서도 호남출신인 정 전 총리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빠르게 결집하고 있으며, 당내 경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검정고시 출신’에 ‘실물 경제통’, ‘6선 의원’과 ‘국회의장’에 ‘국무총리’를 두루 거친 그의 이력이 대권 가도에서 얼마나 파괴력을 보일지도 관심사다.하지만 정 전 총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2달여 남은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단시간 내에 지지율을 끌어 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18일 정가에 따르면 정 전 총리는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1년 3개월 동안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면서도 안정적이고 꼼꼼하게 국정을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여권 잠룡으로 꼽혀왔고 대중 인지도 또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만큼 높다. 정치권에선 정 전 총리가 여의도 복귀와 함께 ‘컨벤션 효과’를 일으키며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마의 5% 벽’을 깬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 전 총리 측근들은 이미 대선 캠프 가동 준비를 마쳤다.강점인 조직 다지기에 일찌감치 나섰고 외곽에서 정책 구상에도 들어갔다.민주당 관계자는 “평소 인맥이 두터운 정 전 총리의 조직이 최근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면서 “광주·전남지역에서도 정 전 총리의 조직이 물밑에서 꾸준히 활동을 해왔으며, 조만간 공식적으로 대규모 조직이 꾸려지면 세력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전 총리는 대기업 임원과 산업부 장관을 지내 실물 경제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스터 스마일’이라 불릴 만큼 특유의 온화함과 외유내강형 성품으로 갈등 조정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함께 받고 있다. 최근 자신이 검정고시 출신이라고 밝힌 정 전 총리는 SNS를 통해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졸업 후 1년 넘게 나뭇짐하고 화전을 일구며 집안일을 도왔다”며 “그러다 공식 학교는 아니지만 수업료가 들지 않는 고등공민학교에 매일 왕복 16㎞를 걸어 다니며 검정고시로 중학교 과정을 마쳤다”고 했다. 그는 이후 고교에 입학, 3년 내내 근로장학생으로 매점에서 빵을 팔아 장학금을 받았으며 전교회장까지 하고서 고려대 법대에 진학했다. 정 전 총리는 “가난하다고 해서 꿈조차 가난할 순 없다. 저에게 검정고시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한 토양이자 꿈을 키우는 자양분”이라고 강조했다.대학 졸업 후엔 쌍용그룹에 입사해 종합상사인 (주)쌍용 임원을 지내며 실물경제에 대한 감각을 키웠다.

그는 1996년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눈에 띄어 정계에 입문했다. ‘미스터 스마일’이란 별명에 걸맞게 온건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앞세워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거쳐 당 대표만 세 번을 했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소수 야당을 이끌면서 2010년 천안함 사건의 북풍 속에서 기적과 같은 지방선거 승리를 이뤄냈다.

지난 2012년에는 고향인 전북에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겨 홍사덕 전 의원을 꺾었고 4년 뒤엔 유력 대권 주자였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압승을 거두는 저력을 보였다. 6선 고지에 오르며 국회의장이 된 정 전 총리는 촛불 탄핵사태와 정권교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여야 협치를 추구하며 정국을 원만하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