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시장에 이른바 ‘마이너스 피(프리미엄)’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아파트 계약자들은 높은 분양가와 고금리를 버티지 못하고, 분양가보다 적게는 몇백만 원 많게는 5000만 원 싸게 아파트(분양권)를 시장에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청약에 나선 단지들이 신통치 않은 성적을 보이는 등 분양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미분양 주택마저 8년 만에 1000세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광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입주를 마쳤거나, 2년 내 입주 예정인 광주지역 아파트 단지 중 ‘마피’가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지난해 6월 평당(3.3㎡) 3000만원이라는 ‘초고분양가’ 논란 속에 청약에 나섰던 ‘상무센트럴자이’의 경우 5000만원 마이너스 피가 붙은 매물이 시장에 나왔다.

분양가가 약 15억원 가량인 38평형 (125㎡) 중간층 매물로, 청약 당시 3.56대 1을 기록했지만, 분양자는 5000만원의 손해를 안고 분양권을 내놓은 상태다.

뿐만 아니다. 비교적 인기가 있었던 ‘국평’(국민평수) 84㎡(34평형)도 분양가보다 3000만원 싼 매물이 나왔다. 청약 당시 39.55대 1의 경쟁률, 소비자가 선호하는 단지 내 앞동, 높은 층에도 불구하고 집주인은 집을 내놓았다.

이밖에도 수천만원 마피는 물론, 선택사항인 확장비와 에어컨 4대도 비용을 받지 않고 팔겠다는 매물도 있다. 부동산 거래 사이트에 등록된 이 아파트 단지의 매물은 110여 세대로 전체 분양세대인 704세대의 15%가 새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민간공원특례사업 부지 중 하나인 ‘운암산공원 우미린 리버포레’도 분양가보다 100만~500만원 저렴한 매물들이 가득한 상황이다.

이 단지는 작년 9월 청약 당시만 해도 분양세대보다 5배 많은 청약통장을 모집할 정도로 경쟁률이 높았다. 무엇보다 이 단지의 평당 분양가는 1400만원 중반대로 최근 2000만원에 육박하는 광주지역 평당 분양가를 고려하면 비교적 ‘저렴한’ 분양가로 볼 수 있는데도, 집 주인들은 마피에 집을 내놓았다.

이 단지들 외에도 최근 분양한 아파트들 중 마피가 없는 곳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오피스텔 시장도 좋지 않다. 지난 4월 입주를 시작한 ‘s-클래스 더제니스’의 경우 아파트와는 달리 오피스텔 단지에서 마피 매물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 입주한 ‘상무 모아미래도 레이크’ 역시 ‘계약금 포기 급매’, ‘마피 급매’라고 적시된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결국 경기침체와 고금리 상황에서, 높은 청약 경쟁률은 보였던 아파트 단지라도 분양에 실패하거나, 계약자들의 물건 포기가 속출하고 있는 모양새다.

부동산 시장 악화로, 미분양 주택도 지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1000세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2024년 3월 주택 통계 발표’에 따르면 3월말 기준 광주의 미분양 주택은 1286세대로, 1095세대를 기록한 2016년 이후 8년 만(91개월)에 1000세대를 넘어섰고, 2013년 5월(1350세대)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역 주택업계 관계자는 “결국 분양가가 시민들의 소득 대비 높았고, 현재 가계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음을 의미하고 있다”며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미뤄진 상태에서 앞으로가 더욱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