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무호남 시무국가’라는 말이 있듯이,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호남 사람들은 분연히 일어나 항거하며 나라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호남 영웅들이 많지요. 기념관이 지역 주민들에게 나라사랑을 심어주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호남 지역 최초의 호국 기념관 ‘순천 호남호국기념관’이 지난 13일 문을 열었다.

이형남(62) 초대 관장은 “그동안 호국기념관이 6·25 격전지를 중심으로 세워져 호남 지역 주민들에게는 호국 정신을 고취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며 “지역 주민 교육 공간이자 문화 공간으로서 기념관 개관이 뜻깊다”고 말했다.

순천시 연향동에 있는 기념관은 9539㎡ 부지에 지상 3층 지하 1층, 연면적 4896㎡ 규모로 건립됐다.

1층은 6·25 참전유공자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공간이며, 2층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6·25까지 나라를 지킨 호남 호국 영웅들을 소개한다. 3층에는 VR체험과 더불어 책을 읽으며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북카페도 마련돼 있다.

이 관장은 호남 영웅들의 활약을 볼 수 있는 2층을 주 전시실로 꼽았다. 학도병부터 국군, 경찰관 등 영웅들은 물론 전국 산야에 잠든 영웅들을 찾는 유해발굴 사업까지 소개하고 있다.

“호남 영웅으로는 대표적으로 순천 출신으로 강원도 홍천 말고개 전투에서 용맹을 떨친 조달진 소위, 신안 출신으로 서울 탈환작전에 참가해 중앙청에서 가장 먼저 태극기를 게양했던 박정모 대령 등이 있지요. 개성에서 몸을 던져 북한 벙커를 파괴한 ‘육탄 10용사’ 중에도 호남 사람이 5명이나 있었습니다.”

이 관장은 젊은 세대를 교육하는 것이 기념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미래의 주역들에게 지난날 나라가 어떻게 지켜지고 발전돼 왔는지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호남 학생 영웅들의 공헌과 희생을 배우고 애국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전국에 항일 정신을 일깨웠던 광주학생독립운동 학생들, 1950년 자발적으로 참전해 하동 화개로 향했던 전남 동부지역 17개 학교 183명의 학도병들처럼 나라사랑을 실천하는 이들로 성장했으면 하지요.”

순천 출신인 이 관장은 오랫동안 보훈처에서 근무하며 호국 영웅들을 공부한 전문가다. 지난 2014년부터 순천보훈지청장으로 근무했던 그는 기념관 설립 과정 전반에 관여했고, 2018년 보훈처에서 퇴직한 뒤에도 초대 관장으로 취임할 수 있었다.

“그동안 쌓아 왔던 지식을 기념관에서 명예롭게 활용할 수 있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우리 지역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호국 영웅들의 공헌을 잊지 않고, 그들이 지킨 대한민국에서 자긍심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