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에서 15번째로 문을 연 광주 야생동물 구조관리센터(이하 센터)가 재활과 치유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광주시 서구 유촌동 광주보건환경연구원에 있는 센터는 부상당한 야생동물을 구조해 생명을 지키고 자연으로 되돌려보내는 등 생태계를 보전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개관한 센터를 이끌고 있는 배성열(55) 센터장은 “광주 야생동물은 무등산이나 풍암저수지, 광주천변은 물론 아파트 단지, 공원 등 다양한 곳에서 발견된다”며 “아픈 동물들을 발견하고, 구청·119 등에 신고하면 우리 센터가 출동한다”고 소개했다.

센터는 이들 동물을 치료하고, 야생에 바로 적응할 수 있도록 재활훈련을 거쳐 최초 구조됐던 장소로 돌려보낸다.

센터는 천연기념물 동물치료소도 겸하고 있으며, 각종 질병 검사·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혈액 등 생물자원을 보존해 두기도 한다. 초·중·고등학생, 수의학과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야생동물 보호에 관한 교육 활동도 한다. 전남대 동물병원과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기술·장비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배 센터장을 포함한 수의사 3명과 재활관리사 3명이 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수의사는 모두 관련 대학을 졸업하고 수의사 자격증을 획득한 전문가다. 배 센터장은 “출근과 동시에 센터에서 보호하는 80여마리 동물을 하나하나 살피고, 치료하다 보면 하루 종일 직원들 얼굴도 보기 힘들다”고 웃었다.

센터에는 포유류·조류에 대한 신고가 자주 들어온다. 지난 1년 반 동안 센터에는 참새부터 콩새, 호랑지빠귀, 흰뺨검둥오리, 백로, 비둘기 등 야생동물 72종이 보호와 치료 등을 받았다.

그는 “광주녹색환경지원센터가 실시한 야생동물 실태조사 보고서(2014~2018년)에 따르면 광주에는 포유류 22종·조류 106종 등 야생동물 128종이 살고 있다”며 “센터를 꾸준히 운영하다 보면 야생동물 데이터가 쌓여 서식실태 조사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 센터장에 따르면 센터가 문을 열기 전인 2018년까지 구조 활동은 환경부 보조 사업을 통해 구청에서 지정한 동물병원이 맡았다. 이 때 구조 활동은 연간 120~130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센터가 설립되자, 신고 건수가 249건으로 늘었어요. 올해는 15일까지 벌써 222건이 접수됐는데, 이대로면 올해 500건을 넘어설 것 같아요.”

센터에서 구조한 동물은 사람이 접근하는데도 도망치지 못할 정도로 앓고 있는 ‘중증 환자’라는 게 센터의 전언이다. 그만큼 센터에 오는 중이나 치료 중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센터는 지금까지 찾아온 야생동물 40% 이상을 완치시켜 자연으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신고를 받으면, 동물을 사랑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와요.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동물에게 새 생명을 주며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까지 치유해 주고 싶어요.”

배 센터장은 “4∼8월은 야생 동물 번식기다. 다친 새들을 발견하면, 주변에 어미새나 둥지가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섣불리 만지거나 상자에 담으려 하면 안 된다”며 “다친 동물을 발견했을 땐 먼저 센터에 연락하길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