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의 달 6월을 맞아 베트남 참전 용사가 당시의 기억과 기록을 담은 진중문을 펴내 화제다. 주인공은 함평 출신 서덕길(77)씨.

참전용사 서덕길 씨는 최근 1967년부터 1968년까지 1년간 베트남 참전의 경험을 묶은 ‘서병장 진중기록문’을 발간했다.

육군기록정보관리단에서 출간한 이번 진중기록문은 당시 복무 사진, 위문편지, 휴대용 군가집 등 현재로선 찾아보기 힘든 희귀 자료들을 담고 있어 사료적 가치가 크다. 당초 진중기록문은 2018년 육균기록정보관리단에 의해 초판이 발행됐으며 이번은 2판 째 발간됐다.

“엄혹한 시대 국가의 명령에 따라 베트남에 참전했던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당시 사상이나 건강 등 여러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전장에 파병했다고 들었어요.”

1965년 11월 육군 28사단에 입대한 서 씨는 1967년 6월 맹호부대로 배속돼 베트남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약 1년여간 정보통신병으로 근무를 하고, 이후 고국으로 돌아와 육군 병장으로 전역했다.

서 씨는 “평소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베트남 현지에 있을 때도 수시로 기록을 했다”며 “당시의 메모나 사진을 볼 때면 힘든 시간을 잘 버텨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의 부대가 진주한 곳은 커논항 부근 푸캇이라는 지역이다. 진중기록문에는 모두 40여 장의 사진을 포함해 일기, 시, 수필 등이 수록돼 있다. 특히 그가 쓴 시 ‘정글’이 ‘자유벗’(1968년 8월호)에 게재된 신문 복사본 등도 수록돼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만 훑어봐도 당대의 역사가 가늠된다. 베트남 민가 사진을 포함해 포대원과 함께한 시간, 베트남 마을, 대민 봉사 활동, 전통의상을 입은 여인들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는 베트남에 있을 때 틈틈이 시를 쓰고 신문에 투고를 했다. 스스로를 다잡는, 내면의 근력을 키우는 방편이었다. 서씨는 “작전을 수행하며 위험한 순간도 적지 않게 맞닥뜨리곤 했다”며 “그때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가족을 생각하며 어려움을 극복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한때는 말라리아에 걸려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전우신문을 보면서 위로를 받곤 했다”고 덧붙였다.

1967년 11월 어느 날 자신의 심경을 글로 표현한 수필은 잔잔한 울림을 준다. 전장에서의 상황, 인간으로서 갖는 심정인 고통 등은 파병 군인이 아니고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마음은 한결같이 고국에로/ 귀국의 영광은 언제 오려는지/ 텅 빈 전선의 밤/ 너무나 냉혹하기에/ 야자수 그늘에서 따가운 햇살을 피하며/ 고국의 소식을 기다리는/ 안타까움을 안은 채/ 기다림이란 어휘가 없었던들/ 24시간의 긴 시간은/ 무의미해졌으리라”(1967년 11월 어느 날에 쓴 ‘무사한 몸으로 귀국하길’)

이후 귀국한 서 씨는 농업지도사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1969년 함평군 농촌지도소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1999년 정년퇴직을 했다. “군 복무 경험이 자연스레 공직생활 하는 데 도움을 준 것 같다”는 말에서, 남다른 책임의식이 느껴진다. 농정 개선을 위한 제안 등 공로가 인정돼 국무총리 유공표창을 비롯해 지자체장 표창도 수차례 받았다.

“누군가는 베트남 파병에 대해 박정희가 용병으로 써먹은 거라고 부정적으로 말합니다. 그러나 저의 견해로는 시대의 격랑에 휩쓸린 운명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베트남과의 교류가 지금보다 다방면으로 확대돼 더 미래지향적으로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