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전통이 살아있는 조청을 만들어 온 김순옥(여·63) 순천 구산양반엿 대표가 최근 대한민국식품명인으로 지정됐다.

김 명인은 순천 주암면 구산마을에 내려오는 전통 제조법 ‘조이당법’을 39년 동안 이어 왔다. 조청을 이용한 유과, 약과, 강정 등도 만들고 있으며, 쌀엿, 고추장 등도 전통을 살려 제조하고 있다.

곡성 출신인 김 명인은 옥천 조씨 집성촌인 구산마을로 시집 온 뒤 종가집 며느리로서 시어머니로부터 조청 제조법을 배웠다. 김 명인에 따르면 이 마을은 130세대가 넘는 주민 중 절반 이상이 전통 조청을 만드는 곳으로, 시제나 제사를 올릴 때 늘 조청과 술, 한과를 직접 만들어 올렸다.

“조이당법 조청은 동의보감에도 약으로 소개돼 있지요. 다른 조청보다 찹쌀이 보다 많이 들어가거나 엿기름 배합률이 다른 게 특징이에요. 레시피를 배울 적에는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는데, 지금은 ‘옛 것이 좋다’는 마음으로 전통을 이어가는 선봉장이 되고 싶어요.”

김 명인은 전통적인 제조법을 오롯이 살려 조청을 만든다. 그는 지금도 4개의 아궁이에 장작불을 때며 솥에 조청을 끓인다.

‘제조법의 현대화’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전통 레시피를 그램(g) 단위에 맞춰 정량화·규격화했다. 또 무쇠 가마솥에 조청이 눌러 붙어 생기는 손실을 줄이고자 양은 솥을 도입했고, 아궁이 내부를 내화 벽돌로 바꿔 열을 고르게 분산시켰다.

친정도 종가집인 김 명인은 6살때부터 요리를 시작해 전통음식 만드는 게 몸에 배어 있었다. 결혼 후에도 남편을 따라 해마다 13번 제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통음식 ‘전문가’가 됐다.

김 명인이 순천 구산양반엿 대표로서 사업에 뛰어든 건 2008년께. 당시 순천에서 열린 농어민의 날 기념 음식 전시회가 계기가 됐다.

“당시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찾아와 제가 만든 제품을 보고 ‘상품화를 해야 한다’고 칭찬하셨어요. 처음엔 ‘두렵다. 못 하겠다’며 주저했지만, 결국 전남농업기술원 ‘여성일손갖기 사업’을 통해 5000만원을 받아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회사는 전국 곳곳에 조청과 한과를 전할 만큼 발전했으나, 명절 때를 제외하면 오직 남편과 단 둘이서만 제품을 만들고 있다.

김 명인은 또 한옥민박체험, 한과만들기체험 등 활동도 제공하고 있다. 집에서 담근 술·안주로 전통 주안상 차리는 법, 계절별로 형형색색 달라지는 다과상 차리는 법이나 약선요리 만드는 법 등을 수업하기도 한다. “시대 흐름에 따라 사라져 가는 우리 문화를 살려야 한다”는 김 명인의 소명의식이 담긴 활동들이다.

김 명인은 더 전문성 있게 전통음식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그는 지난해 2월 동강대학교 호텔식품영양학과를 늦깎이로 졸업했으며, 2011년 남도음식 한식차림 경진대회 최우수상, 2013년 세계음식경연대회 대통령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전남도음식연구회장, 농업진흥청 식품자원부 한식분과 회장도 맡고 있다. ‘장독대 지키는 여성’을 좌우명으로, 조청으로 전통 고추장을 담가 특허를 내기도 했다. “건강한 발효 음식을 만드는 장독대의 중요성을 전파하고자 힘을 쏟고 있다”는 설명이다.

“명인증을 받은 날, 자부심을 갖기도 전에 어깨부터 무거워졌어요. 국민 1% 미만에 해당되는 중대한 일을 맡게 됐으니까요. 앞으로도 사명감을 갖고 전통 음식을 만들며 후대에 전해주겠습니다. 단순히 맥을 이어가는 게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게 발전하며 계승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