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나다운 것이 무엇일까 오랫동안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은 미술 전공자답게 예술을 사랑하고 예술인들을 후원하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광주 상무지구에서 요식업을 운영하고 있는 정해숙 대표. 정 대표가 운영하는 한정식 공간(천송)에는 하나의 갤러리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다양한 서양화, 동양화, 도예 작품, 다구 등이 전시돼 있다.

조선대 미대를 졸업하고 한때 화가로, 미술학원 원장, 찻집 운영자로 활동한 이력에서 보듯 정 대표는 예술에 대한 심미안뿐 아니라 예술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그림, 다구 등 얼추 200여 작품이 될 듯 해요. 자세히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저에겐 하나하나 의미가 깃들어 있는 것들이지요.”

“가장 근접한 분신 같은 공간”이라는 말에서 이곳에 대한 애정과 관심의 깊이가 가늠됐다. 얼추 200여 평 남짓한 공간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갤러리를 옮겨온 듯한 분위기다. 정 대표는 “단순히 음식만 먹는 게 아니라 행복을 먹고 예술로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일반인들뿐 아니라 예술인들에게 예술의 기운을 복돋아 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함평 출신인 정 대표는 한때 화가로 활동했지만 지금은 예술가들을 위해 남모른 후원을 하고 있다. “부끄러워 굳이 밝히고 싶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내부에 걸린 그림만 해도 어림잡아 30여 작품이 넘는다. 아트페어가 열릴 때마다 다수의 그림을 구입하고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기부로 후원을 한다. “지금은 붓을 들고 있지 않지만 마음만은 항상 화가들과 함께한다”는 의미란다.

공간 한켠에 걸린 ‘정오의 햇살’은 정 대표가 대학 시절 그린 작품이다. 또한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상 작품인 ‘어느 날’에서는 한때 치열했던 예술의 열정이 느껴진다. 88년 작품인 ‘휴식’이라는 그림은 주인의 예술에 대한 향기와 은은한 멋을 선사한다.

“자신이 꼭 그림을 그리는 것만이 창작활동은 아니지요. 후배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격려하는 것도 넓은 의미의 예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새벽별처럼 맑고 투명한 기운을 퍼뜨리는 일은 저 같은 사람들이 해야 할 역할인 것 같아요.”

정 대표는 요식업을 하기 전 한때 미술학원을 운영했다. 직접 요리한 음식을 지인들과 나눠먹곤 했는데, 음식 솜씨가 좋다는 칭찬에 한정식 식당을 하게 됐다.

정 대표가 애착을 갖고 있는 분야는 그림과 음식 외에도 차(茶)가 있다. 현재 원광디지털대학교 차문화경영학과에서 차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차는 죽을 때까지 배워도 끝이 없다”, “차는 마실수록 겸손해진다”는 표현에서 차에 대한 내공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녹차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황차, 발효차, 보이차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각기 다른 맛과 매력 때문에 “푹 빠져 지낸다”는 것이다.

사무실 한켠에는 중국에서 들여온 보이차가 연도별로 차곡차곡 정리돼 있다. 80, 90년대부터 근래에 이르는 차는 지난날의 ‘방황의 흔적’을 보여준다. “기쁠 때나 슬플 때, 혼자 있고 싶을 때 차는 유일한 친구”라는 말에서 다인(茶人)의 모습이 겹쳐진다.

“당분간은 음식과 예술을 매개로 사람들과 행복을 나누고 싶어요. 그리고 몇 년 후에는 다시 화가의 길을 갈 예정입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