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평창(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제1회 회장배 노르딕스키 대회에서 전남장애인체육회는 동계스포츠 사상 첫 크로스컨트리 종목 금메달을 따냈다.

크로스컨트리 첫 메달에는 전남장애인체육회 선수단에서 가이드를 맡고 있는 조인희(32)씨의 숨은 활약이 있었다.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비장애인 크로스컨트리와 달리 제약이 많다.

조씨에 따르면 앞이 잘 안 보이거나 움직임이 불편해 지면 상태나 장애물을 확인하지 못해 위험하다고 한다. 그런 만큼 가이드의 역할이 경기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과 같이 스키를 타면서 자세를 잡아 주고, 위험한 구간을 어떻게 통과해야 하는지, 전방에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 공략해 주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실전 경기에서도 선수와 함께 뛰면서 페이스메이커 역할도 겸하고 있어요.”

조씨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바이애슬론 국가대표로 세계 무대에 섰으며, 지금까지도 현역 선수로 활동 중인 13년차 프로 선수다. 바이애슬론 종목 전문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올해 처음으로 가이드 활동을 시작했다. 그 이전부터 비정기적으로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선수 강습을 진행해 왔으며, 2017년부터 장애인 선수 코치를 맡았다.

“훈련을 시키고 가르치다 보니, 장애인 선수들에게는 곁에서 이끌어주는 가이드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전남 선수들을 위해서 제가 그 역할을 해 주고 싶었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성적이었어요. 가이드를 잘 따라 준 선수들에게 고마워요. 이대로라면 다음 전국체전도 좋은 성적을 노려볼 수 있겠어요.(웃음)”

조씨는 김민영(시각)뿐 아니라 최재형(지적), 김한나(여·지적), 박영순(여·지적) 등 4명을 담당하고 있다.

조씨는 코치로 활동 중이었던 지난해 제16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전남 선수들의 활약으로 종합 4위에 올랐던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김한나 등 전남 지적 장애인 선수가 크로스컨트리 종목에서 처음으로 전국체전 메달을 딴 순간이기도 했다.

“장비도 좋지 않고, 훈련 환경도 부족한 상황인데도 역경을 딛고 좋은 성적까지 내 줘서 감동적이었어요. 이번 평창 경기에서도 김민영 선수는 청각 장애까지 있어 보청기를 끼고 출전했는데, 금메달을 선물해 줬어요. 이렇듯 성장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가이드 역할을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조씨는 슬슬 현역에서 물러나 은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이후에도 장애인 스포츠지도사로 활동할 계획으로, 이를 위해 장애인스포츠지도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할 수 있는데 까지 해 보고 싶어요. 지금 함께하는 선수들과 끝까지 같이 스키를 타며 성적도 내고, 체육인으로서 함께 성장하고 싶습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