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를 펴고 선생님의 말을 받아 적는 것. 흔히 떠오르는 ‘학교 수업’의 모습이다.

최근 인터넷 보조 자료를 활용하는 수업도 늘고 있으나,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은 배우는 일방적인 교육의 큰 틀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화순에는 학생이 직접 영상으로 교육 자료를 만드는 독특한 수업을 펼치는 교사가 있다. 최근 ‘2019 전국 특성화고·마이스터고 교수 학습 연구대회’에서 입상한 한정범(33) 전남기술과학고등학교 기계과 교사다.

올해로 교직 3년차를 맞은 한 교사는 기계과 학생 21명을 담당하고 있다.

한 교사가 가르치는 ‘컴퓨터 활용 생산’ 과목은 독특하게 진행된다. 책상에 앉아 교과서를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카메라를 들고 기계 작동법, 프로그래밍 방법 등 학습 내용을 직접 촬영하고, 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는 식이다.

“요즘 유튜브를 보면 다양한 인터넷 강의를 만나볼 수 있어요. 그와 비슷하게 우리는 전공 과목인 기계 사용법에 대한 강의를 담았습니다.”

한 교사가 고안한 이 수업 방식은 ‘유튜버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영상 채널 ‘유튜브’를 활용하면서 교사와 학생이 버스를 타고 가듯 함께 나아간다는 의미다.

한 교사는 “이 수업의 핵심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수업을 만들어간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 말처럼 영상에서는 교사, 학생 할 것 없이 서로 주인공이자 강사다.

“‘유튜버스’는 ‘사제 협상’을 주제로 만들어졌습니다. 영상 촬영에 앞서 교사와 학생이 머리를 맞대고 무엇을 배울지,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심지어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까지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 중요하죠.”

이 과정에서 유튜브는 학생이 주도적으로 수업을 이끄는 것을 돕는다. 학생이 직접 만든 강의 영상은 다른 학생과 공유되며 학습 효과를 높인다.

한 교사가 이같은 수업 방식을 고안하게 된 데에는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현실이 관련돼 있다. 다른 학교에 비해 수업에 관심을 갖는 학생이 크게 부족한 것이다.

“학생이 수업에 통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전국 특성화고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그래서 학생이 자기 결정권을 갖고, 관심 있는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구상하게 됐습니다.”

물론 수업이 학생의 입맛에만 맞춰 진행되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교사가 의도한 큰 물줄기는 정해져 있으며, ‘유튜버스’는 협상, 영상 등을 통해 학생을 유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학생들에겐 친구를, 스스로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생소한 만큼, 오히려 흥미를 갖고 따라옵니다. 또 협상을 통해 친구, 선생님과 약속을 하게 된 셈이니 더 적극적으로 평가에 임하게 되는 것이죠.”

한 교사와 21명의 학생이 함께 만든 영상은 유튜브 채널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지난 4월 첫 영상을 올린 이 채널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도면을 만드는 법부터 3D 모델을 만드는 과정 등 다양한 영상이 게시돼 있다.

영상도 딱딱한 교과 과정에서 벗어나 학생의 흥미를 돋우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영화 ‘어벤져스’에 등장하는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가 사용한 방패를 제작하는 영상이 그 예다. 이들 영상은 학생뿐 아니라 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이 들러 살펴볼 수 있다.

“교사가 노력해도 아예 마음을 닫아버리고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도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학생을 이끌지 못했다는 게 늘 마음이 아픕니다. 이들도 함께 수업을 즐길 수 있도록 가르치는 방법을 더 발전시킬 생각입니다. 일단은 기계, 자동차 등 공업 분야 전문과목에서 유튜버스를 활용할 생각입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