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끼로 똘똘 뭉친 우리 밴드의 활약을 기대하세요.”

지난 24일 광주 서구 매월동. 논밭 사이에 우둑히 서 있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농기구 자재창고로나 쓰일 법한 이 곳에서 중년 남녀로 이뤄진 밴드 ‘블럼’이 한창 연습에 열중이다.

지난 2012년 서구 금호동의 한 음악학원에서 만나 드럼을 함께 배우던 이들은 학원에서의 연습으로는 음악에 대한 갈증이 풀리지 않자 2014년 모임을 결성해 현재까지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음악에 대한 열정만으로 뭉쳐진 블럼밴드는 모두 14명의 회원으로 구성됐다. 단지 드럼을 배우기 위해 찾은 학원이었지만 드럼 이외에도 기타, 키보드 등의 악기에도 관심 갖고 아는 것이나 모르는 것들을 서로 알려주고 익혀가며 밴드를 꾸려가는 중이다.

활동 초기에는 마땅한 연습실이 없어 1인에 3만원씩하는 스튜디오에서 연습을 해오며 실력을 키웠지만 꾸준히 새어나가는 연습비용에 부담을 느껴 올해 6월 드러머 김용관(55)씨의 도움으로 현재의 컨테이너에서 연주하고 있다.

40대에서 6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한 블럼밴드는 음악을 한다면 ‘딴따라’로 치부하던 60~70년대 부모의 반대와 금전적인 어려움으로 접었던 열정을 다시 펼치고 있다. 베이스 기타와 드럼을 연주하는 아버지들, 가족밴드를 만들기 위해 아들과 함께 악기에 도전했다가 오히려 자신이 음악에 매료됐다는 어머니 등 저마다 음악을 다시 시작하게된 이유와 사정은 다르다.

하지만 생업과 자녀 양육 때문에 잠시 접어두었던 젊은 날의 꿈을 다시 펼치기 위해 모였다는 게 공통된 동기다.

자동차 수리업자, 고속버스 운전기사, 압화 지도자, 캘리그래피 강사 등 직업들도 다양해 함께 모이는 시간이 맞지 않아 한번 모였다 하면 서너 시간은 거뜬히 연주하며 실력을 키우고 있다.

연주목록도 다양하다. 80~90년대에 풍미했던 대학가요제 수상곡과 올드팝송을 주로 연주하고 최근에는 요즘 유행하는 가수 박군의 ‘한잔해’라는 트로트곡까지 레퍼토리에 포함시키려 맹연습 중이다.

연습에 대한 성과를 점검하고 봉사도 할 겸 매년 2차례씩 소화자매원을 찾아 자선 공연을 열고 주민행사 등에서도 공연을 펼치며 밴드 이름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있다.

베이스 기타의 저음이 심장소리 같다는 김옥룡(54)씨는 “군대 다녀오고 결혼한 후 애들 키우느라 정신 없던 시기가 지나고 여유가 생겨 취미거리를 찾다가 학창시절 밴드활동의 기억이 잊혀지지 않아 시작하게 됐다”며 “음악으로 뭉친 만큼 좋은 추억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악기별로 필요한 악보복사부터 회원들 합주 시간 정하기까지 모임에서 궂은일을 도맡아하는 이지선(45)씨도 “결혼 후 피아노 학원을 잠시 다닐 때 할머니가 통기타 치시는 모습에 반해 기타로 전향했다”며 “살아가는데 음악적인 요소가 필요할 것 같아 지금까지도 악기를 곁에 두고 연주하고 있다. 회원들과 좋은 음악 함께 하면서 친목을 다져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블럼밴드에서 최고령자이자 회장을 맡고 있는 김승주(60)씨는 “오직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모였다. 더욱 더 매진해 봉사활동도 계속하고 직장인 밴드 대회에도 나가 이름도 알리며 광주에서 알아주는 중년밴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