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관련 사자 명예 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전두환(88) 씨가 골프 라운딩을 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있는 전 씨가 멀쩡하게 운동을 즐기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정의당 임한솔 부대표는 지난 7일 전 씨가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한 데 이어 그제 자신의 SNS에 대화 내용을 올렸다. 녹취 기록을 보면 전 씨는 5·18 당시 광주 학살 책임을 묻는 임 부대표의 질문에 “광주하고 내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광주 학살에 대해 모른다. 내가 왜 직접 책임이 있어?”라고 부인한다.

발포 명령에 대해서도 “내가 왜 발포 명령 내려? 발포 명령 내릴 위치에도 있지 않은데 군에서 명령권도 없는 사람이 명령을 해?”라고 반박했다. “1천 억 원이 넘는 추징금과 고액 세금을 언제 납부할 거냐”는 물음에는 “자네가 좀 내 주라”며 몰염치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임 부대표는 “대화에서 단 한 번도 제 얘기를 되묻거나 못 알아듣는 모습을 보지 못했고, 스윙하는 모습에 기력이 넘쳐 보였다”고 말했다.

자신의 회고록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등으로 비난해 기소된 전 씨는 지난 4월 건강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낸 뒤 재판에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5·18 단체들은 전 씨의 대국민 사기극이 드러났다며 전 씨를 재판에 즉각 출석시킬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 씨의 이 같은 후안무치한 행태는 진정한 참회와 속죄, 사과를 기대했던 광주 시민의 실낱같은 기대를 여지없이 허물어 버린 처사다. 재판부는 전 씨의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강제 구인을 해서라도 헬기 사격의 실체를 조속히 밝혀 역사의 심판대에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