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지도읍에 있는 지명중학교 전교생(56명)이 최근 시집 ‘섬-누가 내 섬에 와줄래요’를 펴내 눈길을 끈다.

시집 출판을 기념하는 지명중의 ‘시와 음악이 어우러지는 가을’ 행사가 29일 오후 6시 마을 솔섬 카페 야외무대에서 펼쳐진다. 176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시화전과 낭송회에는 마을 주민을 비롯 학부모와 교사 등이 참여한다.

학생을 지도한 이는 전직 교사이자 시인인 이효복씨. 이씨는 지난 수년간 지명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 쓰기 지도를 해왔고 매년 결과물인 시집을 책으로 묶어냈다. 이씨는 “시 창작을 하면서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시와 가까워질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아이들이 시 쓰기 과정을 통해 용서와 화해 자아 찾기의 내밀함에 공감을 하는 것 같다”며 출간 의미를 말했다.

이 교사가 지명중학교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16년부터. 매년 학생들의 작품을 묶어 시집을 발간해왔는데, 올해는 출간 자체에 그치지 말고 의미 있는 행사를 마련해보자고 담당인 최혜선 교사와 얘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세 시간 강의 가운데 첫 시간은 시를 쓰고, 두 번째 시간은 다시 쓰기를 하고, 세 번째 시간에 완성을 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애들이 어색해했는데 지금은 제법 시를 쓰는 단계에 올라와 있죠.”

시집 제목 ‘섬-누가 내 섬에 와줄래요’는 섬 특유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준다. 아이들의 내면에 는 일정 부분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이 시인은 아이들에게 “거창한 것을 쓰려고 하지 말고 경험이나, 마음속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쓰게 했다”며 “56명이 서너 편씩 썼는데 하나도 버릴 게 없었다”며 흐뭇해했다.

1학년 조다빈 양은 “시 쓰기를 시작할 때는 쓰는 것 자체가 싫었는데 이렇게 시집으로 나오고 보니 너무 뿌듯하다”며 “시인 선생님과 같이 시를 써 보는 활동을 해보니 시가 어려운 게 아니라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마음의 창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어른이나 기성 문단의 시인들도 시를 쓰는 것은 쉽지 않다.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화해할 수 있는 소재를 찾게 했다”는 이 시인의 말에 남다른 강의 비법이 담겨 있었다.

“상대를 용서하는 것에서 나아가 자신과의 화해를 한 아이들은 예전보다 표정이 밝아지거든요. 또한 일상의 소재도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지구요. 사실 모든 아이들은 다 시인으로 태어났습니다.”

이 시인은, 아이들의 시가 주는 울림은 ‘환경적, 문화적 요인’과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일상의 소재임에도 시의 깊이가 남다른 것은 내면에 자리한 ‘그늘’을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형상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강의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고쳐 쓰기를 통해 시를 완성하도록 유도했던 게” 일말의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선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교직생활을 했던 이 시인은 1988년 남편과 함께 ‘풀빛도 물빛도 하나로 만나’를 발간했다. 남편 박현우씨도 시인인데 두 사람은 대학에서 시를 쓰다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한빛고 등에서도 시 창작 강의를 했다는 이 시인은 앞으로도 “애들하고 만나 시 쓰기의 방향을 잡아주는 데 일조를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