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현대차 합작법인(주식회사) 설립이 일부 투자의향자(기관·기업)의 투자금 납부 지연으로 늦어지는 탓에 법인 설립에 대한 각종 우려가 제기되면서 광주시가 애를 태우고 있다.

광주시는 “일부 투자 기업의 내부의사 결정이 늦어지며 회사 설립 자금 입금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8월 중 설립 일정에는 차질 없다”고 설명하면서도 지나친 의혹 제기가 투자자들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인 설립을 앞두고 각종 우려가 해소될 수 있도록 투자자들이 애초 협약대로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를 포함해 투자 의향을 밝혔던 기업과 기관들이 ‘투자금 입금을 차일 피일 미루면서 각종 조건을 내걸어 광주시를 흔들거나 길들이려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애초 알려진 산업은행 외에도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한 축인 현대차와 현대차 협력업체 7~8곳 등 상당수 투자 의향자들이 투자금 입금을 늦추고 있는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광주시 관계자는 “투자 의향 기업과 기관의 내부 의사 결정 지연으로 투자금 입금이 지연되고 있으나, 오는 12~14일 집중적으로 투자금이 입금될 예정이며, 이는 현대차와 그 협력사도 마찬가지”라며 “이 달 중 주주간 협약과 발기인 총회를 거쳐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일정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의 경우 투자금 입금 전 원금 손실 위험을 최대한 줄이고,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광주시가 애를 태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산업계 한 인사는 “얼핏 보면 투자자의 정당 행위로 보이지만, 투자기업 측 요구를 하나둘 들어주고 보장하다 보면 합작법인은 매출이 발생하기도 전에 재무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모든 (발행) 주식을 조건 없는 보통주로 하기 위해 일정이 늦어졌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합작법인 재무 안전성 확보를 위해 풋옵션(특정 상품을 특정시점 특정 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등 투자자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투자금을 이끌어내느라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 초 광주시·현대차 투자협약 당시 공개한 ‘실투자비 10% 투자보조금(인센티브) 제공 계획’이 최근 의회 보고 절차를 거치며 뒤늦게 논란이 인 것도 ‘주요 투자자들이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를 위한 안전장치를 2중, 3중으로 보장받으려다 자초한 논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주요 투자자들이 배당비율 확대를 요구한 데 대해서도 ‘투자자들이 이익 발생 전 잇속만 챙기려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합작법인 자기자본금 2300억원은 광주시 483억원(1대주주, 21%), 현대차 437억원(2대주주, 19%), 광주은행 260억원(3대 주주, 11%), 산업은행 250억원(4대주주, 11%)에 나머지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조성된다.

이에 따라 합작법인 이사회 3인은 1~3대 주주가 파견한 인사들 3명으로 구성되며, 이 중 1명이 대표이사가 될 전망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현재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 받아 적합 인물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합작법인 대표이사 선임시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이해도 ▲중앙정부와의 가교 역할 ▲노사민정 대타협 산물인 광주형일자리 정신을 구현해낼 인물인지 여부 등을 두루 살피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3대 주주로 광주은행이 결정되면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지역 목소리를 보다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