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여수 소리도 해상에서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된 밍크고래.

전남 해안이 ‘고래 무덤’이 되고 있다.

매년 여수 등 전남 앞 바다에서는 수십 마리의 고래가 그물에 걸려 죽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물에 의한 고래의 죽음을 막기 위해선 미국처럼 고래고기 유통을 막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9일 여수해양경찰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여수시 남면 소리도 서쪽 9.2㎞ 해상에서 정치망 그물에 밍크고래 1마리(길이 6m10㎝, 무게 3t)가 걸려 죽어 있는 것을 A호 선장 김모(63)씨가 발견해 해경에 신고했다.

해경은 고래에 작살이나 창으로 포획된 흔적이 없어 해양수산부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에 따라 김씨에게 소유권을 부여했다. 고래는 포항의 한 수협에서 6000만 원에 팔렸다.

이 고래를 포함해 올 들어 여수해상에서 그물에 걸린 밍크고래만 3마리에 이르는 등 전남 해안에서 22마리가 죽었다. 지난해 전남 바다에서는 고래 57마리(밍크고래 5마리·상괭이 50마리·기타 2마리)가 죽었고 2017년에도 44마리(밍크고래 10마리·상괭이 33마리·범고래 1마리 등)가 혼획됐다.

전남 앞 바다에서 고래의 죽음이 잇따르면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도 ‘국내 해양 포유류 보호 및 불법·비보고·비규제(IUU)어업 근절 방안’을 주제로 시민환경포럼이 열렸다. 포럼은 황주홍 국회 농림축산해양식품수산위원장과 이상돈 의원, (사)시민환경연구소, 환경운동연합이 공동 주최했다.

포럼에선 전남해안에서 고래들이 자주 그물에 걸리는 이유에 대해 고래 이동경로에 어구들이 과도하게 설치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는 포획이 아닌 그물에 걸려 혼획된 고래는 발견자에게 소유권을 넘기는 우리나라 법 체계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고래 유통을 막아야만 혼획이 줄어들 수 있으며, 혼획 방지를 위해선 죽은 고래를 미국·호주처럼 바다에 방치해 자연 순환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 등을 내놨다.

김한민 환경정의재단 활동가는 “밍크고래의 경우 수천 만원에 달하는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어민이 벌금을 감수하고도 의도적 혼획이나 포획을 하고 있다”면서 “법 제도를 정비해 고래 유통을 막고 죽은 고래를 발견자에게 넘겨 경매에 붙이는 관행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 김현우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고래류 연구 현황 및 혼획 실태’에 따르면 밍크고래(몸길이 평균 7ｍ내외)는 우리나라 서해안에 1000마리, 동해안에 600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해안 밍크고래는 번식과 먹이활동을 위해 매년 4~6월 동해안, 오호츠크해 등으로 이동하던 중 어장이 풍부한 여수 앞바다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웃는 얼굴의 토종 돌고래 ‘상괭이’(몸길이 1.5ｍ)는 얕은 수심과 약한 물살, 탁한 물을 좋아하는 특성상 갯벌이 많은 전남 연안에 많이 몰려 있다. 지난 2004년 서해 연안에 3만 600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현재 1만4000여 마리로 감소했다.

고래 혼획도 문제지만, 불법 포획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지난 2월 전북 부안군 왕등도 인근 해상에서 고래를 잡은 선장을 비롯한 5명이 검거되는 등 최근 5년(2014~2018)간 고래 53마리가 포획됐다. 해경이 집중 관리하고 있는 고래 포획 의심 선박은 여수 6척, 목포 4척 등 모두 31척에 달한다. 현재 고래를 불법 포획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불법 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김용희 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