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수차례의 고비 끝에 선거제 개혁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등 개혁법안을 함께 묶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처리하는 방안에 22일 합의했다.

이번 합의의 골자는 연동률 50%를 적용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과 ‘제한적 기소권’을 부여한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린다는 것으로, 여야 4당의 이날 극적 합의는 패스트트랙의 ‘골든 타임’을 지켜냈다는 의미가 있다.

4당 원내대표가 합의문에 담은대로 오는 25일 사개특위와 정개특위에서 관련 법안 패스트트랙 적용이 시작되면 법안의 본회의 자동 상정까지는 최장 330일이 걸린다. 내년 3월 20일께다.

국회의장의 결정에 따라 법안 상정 시기를 최대 60일 앞당길 수 있고, 상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도 날짜를 단축할 여지는 남아있다. 그러나 이런 여지를 배제하고 3월 중순에야 선거법이 본회의에 상정되는 ‘극한 상황’을 가정한다면 내년 4월 15일 총선에 선거법 개정안을 적용하기 위한 마지노선은 이번주였다.

우선 패스트 트랙에 지정되는 선거제 개혁안은 국회의원 정수를 지역구 의석 225석, 비례대표 의석 75석 등 300석으로 고정하되 초과의석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국 단위 정당 득표율로 연동률 50%를 적용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정당별 최종 비례대표 의석은 권역별 득표율을 기준으로 배분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러한 선거제 개혁안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정치권의 지각 변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지역구가 없어지는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 등이 불가피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호남 지역 모 중진 의원은 “개혁법안 패스트 트랙 지정에는 찬성하지만 선거제도 개정에는 반대한다”며 “광주·전남에서 3~4개의 의석이 줄어드는 등 전북까지 포함하면 호남에서 최소 6석 이상 의석이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4월 보궐선거가 끝난 현재 정당별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 128석 ▲자유한국당 114석 ▲바른미래당 29석 ▲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 ▲민중당 1석 ▲대한애국당 1석 ▲무소속 7석 등이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의석수는 과반을 넘는 177석이지만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바른미래당에서 선거제 개정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8~9명에 이르고 민주당에서도 선거제 개정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있다. 최악의 경우,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경우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선거제 개정을 포함한 패스트트랙 지정 합의가 추인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의 갈등을 촉발, 정계 개편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경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4당 위원들 간 합의사항을 기초로 법안의 대안을 마련해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함에 따라 아직까지 별다른 이견이나 갈등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어떠한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검찰과 경찰 모두 반발할 수 있어 폭발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에서 기소권을 빼야 한다는 바른미래당과, 기소권 없는 공수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민주당이 한 걸음씩 물러나 합의안을 마련했다.

공수처에 기소권을 주지 않되, 판사와 검사, 경무관 이상 고위직 경찰 관련 사건에는 예외로 기소권을 주기로 한 것이다. 다만 각 당 내부 추인이라는 고비가 남아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기소권을 일부 양보하는 것은 공수처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는 강한 반발이 있고,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는 기소권 부여를 떠나 패스트트랙 자체에 대한 불만이 크다. 이에 따라, 합의문에 도장을 찍은 각 당 원내대표들이 당내 불만을 잠재우고 추인을 받아내야만 패스트트랙 처리가 실제로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임동욱 기자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