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동구 금남로 1가 1번지예요.” 광주일보에 입사한 후 누군가 회사 주소를 물을 때면 괜히 뿌듯해지곤 했다. 광주사람들에게 ‘금남로’는 단순한 도로명을 넘어 광주의 역사를 품고 있는 심장부 같은 공간이어서다. 회사가 이전 할 때 이 주소를 두고 가는 게 많이 허전했다.

5·18현장이었던 전일빌딩은 지금 한창 리모델링중이다. 내년 3월 재오픈하는 전일빌딩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다. 탄환이 발견된 9~10층은 원형보존해 ‘5·18 기념 공간’으로 조성하고 5~7층엔 문화콘텐츠 기업 등이 들어선다. 지하 1~4층은 전자도서관, 남도관광마케팅 센터, 시민생활문화센터 등으로 변신하고 옥상은 무등산 등을 조망하는 장소가 된다.

전일빌딩은 1968년 12월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로 문을 열었다. 광주일보와 전일방송이 자리한 전일빌딩은 광주일보 근무자 뿐 아니라, 많은 광주시민의 추억이 어린 곳이기도 하다. 1970년 4월 개관한 남봉도서관은 전국 최초의 사립 공공도서관으로 새벽부터 몰려드는 학생들로 늘 장사진이었다. 광주시민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전일다방이며 천경자 전시 등이 열린 남봉갤러리 역시 광주 문화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장소다.

어제 전일빌딩 앞을 지나는데, 유리창을 뜯어낸 몇개 층이 보였다. 층수를 세어보니 편집국이 있던 7층도 포함돼 있었다. 순간, 전일빌딩에서 생활했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개인적으로 전일빌딩을 잊을 수 없게 만든 건 5년 전 쯤 만났던 ‘도시횡단 프로젝트’ 공연이다. 7∼9층에 자리한 편집국 로비, 조사실 등을 옮겨 다니며 열린 공연에서 아티스트들은 ‘5월 광주’를 이야기했다. 그 때 나지막히 흐르던 피아노 연주를 듣고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다. ‘꽃잎처럼 금남로에’로 시작하는 ‘오월의 노래’의 원곡인 ‘누가 내 할머니를 죽였나’였다. 프랑스 가수 미셸 폴나레프가 만든 이 곡은 자신이 가꾼 정원이 도시계획으로 망가지는 것에 반대하다 죽고 만 루시엥 모리스를 추모하는 노래다.

광주의 삶과 역사를 겪어내고 그 현장인 금남로를 묵묵히 내려다본 전일빌딩은 이제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향해 전진하며 또 다른 역사를 써 갈 것이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