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건설업체의 아파트 재개발 대상에서 소외된 도심 내 단독주택, 5층 이하 건축물 등이 집적돼 있는 저층주거지가 급속히 쇠락하면서 도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 저층주거지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조성된 곳이 대부분으로, 시설 노후로 인해 재해 위험, 범죄 발생 등이 상존하고 있음에도 대책없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주택소유주들 상당수가 다른 곳으로 이사하고 미래 개발을 염두해 개량이나 리모델링 없이 저소득층, 서민 등에게 세를 주거나 경제사정이 어려운 소유주가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 어려워 계속 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광주시나 자치구에서도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민간건설업체의 대규모 아파트 개발이 아닌 중소건설업체, 공공기관, 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의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광주시 빈집 6254호, 통계청 3만3569호로 집계=광주시가 공식 집계하고 있는 빈집은 모두 6254호다. 1년간 수돗물, 전기 등을 사용하지 않은 주택을 빈집으로 추정한 것이다. 동구가 944호로 가장 적고, 광산구가 1571호로 가장 많다. 서구 1088호, 남구 1256호, 북구 1395호 등이 비어있는 집이다.

하지만 통계청은 광주의 빈집을 3만3569호로 집계하고 있다. 동구의 경우 총주택수가 3만3266호인데, 빈집이 무려 2496호로, 총주택수 대비 빈집 비율이 광주평균(6.6%)을 초과하는 7.5%에 달했다. 총주택수와 빈집 수는 북구가 15만4667호와 1만853호로 가장 많았다. 주택 유형별 빈집을 살펴보면 5405호가 단독주택, 2만7710호가 공동주택, 즉 아파트다.

이 같은 통계의 차이는 기준에 의해 달라지지만, 빈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두 기관 모두 인정하고 있다. 시는 이들 빈집의 소유 형태, 소유주와의 협의 등을 거쳐 철거나 매입해 자치구가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철거한 부지는 텃밭이나 주차장 등으로 일정기간 사용하고, 소유주에게 넘기고 있다. 하지만 이 예산이 매년 10억원 내외에 불과한데다 소유주도 금전적인 이익이 없어 지지부진한 상태다.

◇아파트 개발 아닌 대안 개발 모색해야=거주민과 토지소유주가 중심이 되는 소규모 주택 정비를 서둘러야 하지만 토지소유주 간 갈등이나 마찰, 복잡한 행정절차 및 지원 미흡, 낮은 수익성으로 인한 민간기업의 참여 저조 등으로 대부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총사업비의 70%를 저리로 융자해주는 자율주택정비사업의 경우 광주에서 단 1건도 추진되지 못하고 있으며, 가로주택정비사업은 5건이 추진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광주의 경관, 주거지 특성, 주변 여건 등을 감안한 저층 주거지 모델을 개발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토지소유주 및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시는 지난 2017년부터 도시재생뉴딜 사업 ‘주거지지원형’이나 ‘우리동네살리기형’을 통해 동구 동명동, 서구 농성동, 남구 사직동·양림동, 광산구 도산동을 대상으로 주민 참여를 통한 주차장, 공원, 도로 등 기반시설 정비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이 역시 거주민의 ‘지속 거주’를 유도하는 직접적인 대책이 되지 못해 토지 가격만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과거 주거환경개선사업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각 자치구들은 주택개량을 지원할 계획이지만, 이를 통해서 주거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봉수 광주도시재생연구소 이사는 “지금까지 아파트 재개발은 추정수익이 높은 곳을 중심으로 중견 건설업체 이상이 추진하고 있으나, 사실상 부지 자체가 이미 소진됐다고 봐야 한다”며 “중저층의 소규모 주택정비 수요를 감안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