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추천한 5·18진상규명조사위원 후보 3명에 대해 5·18을 왜곡하거나 관련이 없는 인사들이라며 5월 단체와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6일 광주시와 지역 정치계, 5월 단체 등에 따르면 한국당이 추천한 이동욱(59) 전 월간조선 기자는 지난 1996년 잡지 ‘월간조선’에 ‘검증 광주사태 관련 10대 오보·과장’이란 제목의 기사를 싣고 5·18 당시 계엄군의 화염방사기 사용, 성폭행 등은 모두 오보라고 주장했다. 2013년에는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의 한 방송에서는 “소수의 선동가와 다수의 선량한 시민, 이것이 광주사태의 본질”이라고 왜곡했다.

차기환(56) 변호사는 지난 2015년 한 보수단체의 토론회에서 “영화 ‘화려한 휴가’와 서적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5·18 진상을 왜곡·과장해 청소년 등에게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인식시켰다”고 말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정치 체계를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또 자신의 SNS ‘트위터’에 일간베스트’(일베)에 올라온 ‘경악! 북한군 광주 5·18남파 사실로 밝혀져’라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차 변호사는 세월호진상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해 유족들로부터 직권남용으로 고발당한 전력도 있다.

권태오(63)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처장은 5·18 관련 활동이 없어 전문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계 등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한국당의 위원 추천에 대한 비판과 함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5·18기념재단,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 43개 광주지역 시민·사회·노동·오월 단체와 정당은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은 5·18진상규명조사위원 추천을 당장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추천된 3인은 5·18 진실을 왜곡과 유언비어로 폄훼할 소지가 다분하고 진상규명 조사를 오히려 방해할 우려가 크다”며 “우리는 결코 이들을 조사위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한국당은 3인에 대한 추천을 즉각 철회하거나 차라리 추천을 포기하라”고 강조했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성명을 내고 “광주 시민은 자유한국당 추천인사에 대해 분노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책임있는 공당으로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인물들로 조속히 재추천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도 “이번 한국당의 진상조사위원 추천은 5·18광주정신에 대한 도전이다.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유한국당은 진상조사위원을 추천을 철회하고 광주시민 앞에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의 위원 추천에 대해 의도적인 시간끌기라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한 5·18연구자는 “한국당이 4개월간 시간을 끈 뒤 논란거리가 있는 인사를 추천한 것을 보면, 조사위 활동(최대 3년)이 끝난 후 작성되는 보고서 발표 시점을 오는 2022년 대선 시기에 맞춤으로써 5·18 이슈를 묻어버릴려는 의도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이날 향후 진상조사위 구성 및 활동과 관련, 5·18 단체 등 광주시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광주시민들이 한국당 추천 인사들은 자격이 안 되지만 소수니까 조사위 활동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면 부족한대로 출범시키겠다”며 “그러나 그들과 함께 조사활동을 하는게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 특별법을 개정하거나 다음 국회에서 조사위를 다시 꾸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이 다른 위원을 추천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며 “괜히 시작해서 성과를 못내는 것보다 (연기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5·18진상규명조사위원은 모두 9명으로, 국회의장 1명(상임위원), 여·야당이 각 4명(상임위원 1명씩 포함)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조사위원회는 구성을 마친 날부터 2년간 활동하며 최대 1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박지경 기자 jkpark@kwangju.co.kr

/김용희 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