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한전공대’의 부지 선정을 앞두고, 에너지 관련 세계 최고 인재 육성을 통한 한전 미래 성장동력 마련,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의 연구중심 명문대학 조성 등 당초의 설립 취지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지 조성만이 아니라 설립·운영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까지 지자체가 떠안는 구조가 장기적으로 지역성장과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냉철하게 판단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전공대 지원 특별법이나 관련 법령 개정 및 시행령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전이 세계 최고대학으로 발돋움을 할 수 있도록 한전 차원의 꾸준한 투자, 범정부적인 지원, 지자체의 성원 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15일 한전의 용역사가 구성한 ‘입지선정 전문가위원회’의 한전공대 부지 선정 배점 평가 기준에 따르면 입지여건 등을 주로 살피는 1단계(총점 65점)에서 광주와 전남 후보지 각각 3곳 가운데 1곳씩을 선정한 뒤 2곳을 대상으로 1단계 심사를 포함해 경제성과 지자체 지원 계획을 담은 2단계 심사(총점 35점)를 진행하게 된다.

20점 만점인 경제성은 부지조성 비용(7점), 부지제공 조건(13점)으로 이뤄져 있다. 또 대학 설립과 운영에 대한 지자체 지원계획도 각각 7점과 8점씩 총 15점으로 평가하도록 돼 있다. 재정이 열악한 광주·전남이 한전공대 유치를 위해 출혈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한전공대 설립에는 최대 7000억원 정도의 비용이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 측은 예비후보지 2곳 중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되면 제안서 내용을 이행하겠다는 실시협약을 체결할 방침이며, 추가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2곳의 입지 가운데 1순위가 정해지면 해당 지자체와 제안서대로 이행하겠다는 협약을 체결하는 것”이라며 “협상 과정에서 추가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2017년 5월 당시 조환익 한전 사장은 국회에서 진행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한전공대 설립 의지를 강력하게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국제에너지기구 발표에 따르면 신재생 에너지, 에너지 효율 제고 사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1경4000조원에 달하며 (한전공대는) 그 분야”라며 “유망한 미래산업 분야의 인재를 키우자는 취지고, 한전공대는 기존 일자리의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설립 비용과 관련 “(대학 설립은) 개발, 영업, 해외사업, 연구와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제반사업의 투자 또는 출연”이라고 덧붙였다.

충청권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영남권의 포항공과대학(POSTECH) 역시 국가나 포스코가 부지 매입 및 설립 비용을 부담하고 꾸준한 투자를 통해 단기간에 세계 최고 수준의 명문대학으로 성장시켰다는 것이 지역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나주몽 전남대 지역개발연구소 소장은 “한전공대 설립을 결정해가는 과정에서 한전의 재정적자 가중, 사장 교체, 일부의 지속가능성 문제 제기 등 내부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데다 광주·전남이 경쟁하는 양상이 노출되면서 이 같은 평가기준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며 “한전공대의 설립 취지는 한전의 미래 동력을 마련하고 그로 인해 지역 발전과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것인 만큼 한전공대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따라 광주·전남이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