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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사칭 문자 메시지... 5억 달라고 해 수상"
윤장현 전 시장에 취업 청탁 받은 학교법인 대표

2018. 12.06. 00:00:00

‘윤장현 보이스피싱’사건의 사기범 김모(49) 여인이 문재인 대통령까지 사칭하는 문자메시지로 또 다른 사기 행각을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혼자 권여사·권여사 비서·대통령·노정연 등 1인 6역을 하는 대담무쌍한 모습을 보였다.
5일 광주교육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광주 모 사립학교 대표 A씨는 올 9월 직원들과 점심을 먹다 한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낯선 휴대전화 번호의 주인이 ‘권양숙입니다. 윤 시장 소개로 연락드렸습니다’라는 메시지로 통화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직원들에게 “뭐 권양숙, 딱 보니 보이스피싱이다”고 하니, 직원 한명이 “제가 혼 좀 낼랍니다”고 답하며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근데 이상했다. 받을 것 같지 않은 전화를 받더니, “권여사님 비서인데 여사님께서 지금 통화가 곤란하다”고 했다는 것. 윤 시장에게 전화를 하니 “어이 아우님, 권여사님 맞네. 내가 번호 드렸어. 감사전화하려고 했겠지, 올 1월 그 거 말이야”라는 답이 왔다. 순간 A씨 머리에 지난 1월의 “아우님, 아무 것도 묻지 말고 광주를 위한 일이니 꼭 좀 도와주소”라는 말과 함께 요청했던 기간제 교사 채용 부탁전화가 뇌리에 스쳤다.
윤 시장과의 전화를 끊고 다시 문자 전송자에게 전화를 거니 자신을 권양숙이라고 소개한 그녀는 “(채용해 준)그 교사가 실은 노 대통령 딸입니다. 혼외 딸요. 대통령 돌아가신 뒤에 순천 목사 보살핌 아래 커왔는데 성인이 돼 찾아왔지요. 어디에 말할 수도 없고…. 그래도 이제는 정권이 바뀌어 문 대통령이 수시로 안부도 챙겨주시고. 이 모든 걸 운명으로 받아들여야죠”라며 흐느꼈다고 한다.(이 순간 A씨는 인간적으로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고 주변에 밝힘)
이어 사기꾼 김씨가 “부탁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사장님께서 아들도 혹시 거둬주실 수 있는지요.(아들이 김대중컨벤션센터 임시직 퇴사를 앞둔 상황인 시점)”하자, A씨는 “회사에 당장 자리도 없고 처우가 변변찮아 어쩔지 모르겠지만 이후에라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A씨는 나중에야 노 전 대통령의 혼외 자식이 아니라 김씨의 자식임을 알았다고 한다. A씨 일가는 사립학교와 중견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사기범에 말려든 A씨가 정신을 번쩍 차린 것은 거액을 빌려달라는 요구를 받으면서이다. 미국에서 잠시 들어온 딸(노정연)이 내일 출국해야 하는데 돈이 일시에 막혔으니, 재외 동포 관리에 필요한 돈 5억원만 빌려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A씨는 다시 윤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같은 답이 돌아왔다. 권 여사가 맞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미심쩍어 봉하마을과 선이 닿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팩트체크를 부탁했다. 딸 정연씨 귀국 여부 등을 물었는데, 사실이 아니라는 봉하마을 쪽 답변이 되돌아왔다. 윤 전 시장에게 다시 “시장님 이거 사기요. 사기”라고 알렸지만 “내가 아이 키운 사람도 만났다”며 믿지 않았다고 한다.
요구한 5억원을 보내주지 않자 이번에는 다른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가 왔다. 메시지 속 주인공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저 문재인입니다. 권여사님과 통화했습니다. 권여사님 부탁은 제가 한 거랑 같습니다. 국가를 위해 결단해주십시오.”
문 대통령 문자메시지 자체가 황당하기도 했지만, 당시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을 위해 평양·백두산을 방문 중이던 시기였다. 황당·놀라움을 넘어 ‘이 사람들 이거 이러다 더 큰 사고를 치겠구나’하는 생각이 스쳤다고 한다. 동시에 이 사실을 알리면 학교와 자신이 피해를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더 큰 피해는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지인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봉하마을에 전달했고, 얼마 안돼 경찰 내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 A씨는 광주일보에 “내가 소위 진보 인사도 아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설움당한 권 여사님 얘기, 세상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는 혼외딸 얘기 등을 꾸며내 나도 모르게 말려들었다. 모쪼록 윤 시장이 조속히 귀국해 사건이 마무리되기만을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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