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환자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제 체질은 뭐죠?”, “제 체질에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나요?”, “홍삼은 저와 맞을까요?” 등등 체질과 함께 어떤 음식이 본인과 맞는지 물어 보는 질문들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생로병사 속에 질병이 늘 따라다니게 되는데, 좀 더 건강하고 장수하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이 투영된 것이 아닐까 싶다.

“체질상 이 일은 나랑 맞지 않아”, “나는 소음인이라서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해” 이처럼 우리 일상에서도 ‘체질’이라는 말은 꽤 자주 사용되는데, 일반인들이 많이 얘기하는 체질이라고 하는 내용은 사상 의학을 통해 많이 알려 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사상 의학은 기존 전통 의학의 철학적 바탕이 되었던 도가와는 달리 철학적으로 유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할 수 있다. 즉 자연의 여러 존재들은 생존을 위해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반면, 인간은 우주적 이념에 해당하는 ‘인(仁)’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仁)’에 이르기 위한 윤리,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등의 근원적인 물음이 더욱 강조되어 있는 것이 사상 의학 정신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사상 의학을 창시한 동무 이제마 선생은 사상인의 개인적인 특징을 통해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세상을 다스리는 방법, 마음을 다스리는 법, 처세를 하는 법 등의 모든 장르를 다루었다. 인간을 육체적으로는 장기의 대소(大小) 관계로, 정신적으로는 항심(恒心)과 심욕(心慾)으로 구분해 몸과 마음이 불완전한 존재로 보았기 때문에 각 체질의 취약점을 보완하면서 평생 성정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조절하면서 생활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즉 인간은 선천적으로 예외 없이 성정의 편차에 따라서 네 가지의 서로 다른 체질로 태어나기 때문에 누구나 똑같이 적용되는 법이 아닌 한 걸음 더 나아가 개체의 특이성을 중요시하는 법을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이제마의 주장은 동의수세보원 등의 여러 부분에서 볼 수 있다. 주된 내용은 외부 환경이나 육체보다는 정신을 더욱 소중하게 다루어야 하고, 이는 결국 치심치병(治心治病)하는 심신의학적 차원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체질에 맞게 음식을 가려먹는 것은 기본적으로 중요하고, 체질에 맞지 않은 음식이나 약을 장기간 복용 하였을 때 상당한 부작용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의 삶이 자신의 체질을 잘 유지하느냐 혹은 외부 자극에 의해 자신의 체질이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행동이나 태도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외부 자극에 의해 변화된 행동과 태도는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원래의 선천적인 체질과 현재의 차이로 인해 변화된 부자연스러운 행동이나 태도를 검토하고, 체질과 비교 판단해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를 생각해보는 것이 먹는 거 못지않게 중요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사상 의학에서는 인간의 착한 본성을 인(仁), 의(義), 예(禮), 지(智) 네 가지로 보고 이를 심적(心的) 차원에서의 바람직한 인간상으로 봤다. 반면 이에 대비되는 나쁜 마음을 무례함(鄙心), 천박함(薄), 탐욕(貪), 나태함(懦)으로 여겼으며 이를 심적 차원에서의 완벽하지 않은 인간상으로 봤다. 이러한 네 가지 착한 본성과 나쁜 본성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선천적으로 타고난 체질적 특성을 잘 알고 착한 본성은 계발하고 갈고 닦으며 나쁜 본성은 경계하고 멀리하는 것, 즉 수기치심(修己治心)이 건강한 삶을 사는 척도라 보는 것이다.

사상의학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어찌 보면 단순할 수 있다. 모든 병은 마음에서 비롯되고 그 치유 또한 마음에서 시작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질병이 신체화된 것뿐만 아니라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 즉 ‘중용’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 역시 일상의 건강에서 중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