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KIA 타이거즈 마무리캠프 훈련이 진행된 오키나와 킨구장.

‘특별 대결’을 앞두고 야수조의 라커룸에는 비장함이 감돌았다. 열심히 방망이를 휘둘러보던 야수들은 “꼭 이기겠다”는 함성을 지르며 경기장으로 향했다.

배팅 게이지에서 KIA 야수조를 맞이한 상대는 바로 김기태 감독이었다.

이날 훈련 전 캠프 주장 이인행의 요청으로 성사된 타격 맞대결이었다.

김기태 감독 홀로 한 팀을 구성하고 야수조 전체가 돌아가면서 감독과 상대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에 조건이 있었다. ‘주자 1·3루에서 푸쉬 번트, 주자 2루에 바스타, 주자 1루에 진루타’ 등 상대팀에서 제시한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해야 한다.

심판으로 나선 김민호 총괄코치가 타격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판단, 더 많은 성공을 이루는 팀이 승리팀이 되는 대결이었다.

선수들은 특별한 대결을 위해 ‘훈련’을 내걸었다.

만약 선수들이 내기에서 지면 21일 휴식일을 반납하고 경기장에 나와 훈련을 하기로 했다. 반대로 선수들이 이기면 바로 짐을 싸서 숙소로 돌아가는 조건이 붙었다.

대결이 시작되자 외야에서 캐치볼을 하던 투수조도 내야로 이동해 관람자가 됐다.

현역 시절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활약했던 김 감독은 상대의 주문과 상황에 맞는 타격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승부를 유리하게 끌고 갔다. 당황한 기색도 역력했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은 선수들은 마지막 타자로 나선 유민상이 미션에 성공하면서 승리팀이 됐다.

“내기에서 이기겠노라”고 큰소리는 쳤지만 김 감독은 캠프 내내 열심히 뛴 제자들을 위해 “가장 자신 있는 타격하기”등을 주문하는 등 선수단의 승리에 힘을 실어주었다.

약속대로 승자가 된 선수들은 기분 좋게 일찍 훈련을 마치고 꿀맛 휴식을 얻었다.

김 감독은 대결이 끝난 뒤 가진 선수단 미팅에서 “타석에 서면서 긴장이 되지 않았느냐? 2만 관중 앞에서 이런 타격을 한다고 생각해보라”면서 “이런 플레이는 언제 하는 것인가? 중요한 상황에서 하는 것이다. 50%와 50%로 맞서있는 상황에서 흐름을 가져오면 크게 이길 수 있다. 투수들도 이런 플레이를 보면서 생각해봐라. 이렇게 점수를 내기 어려운데 퀵모션, 도루, 원바운드 볼 등으로 쉽게 점수를 준다”고 말했다.

또 “팀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면서 플레이를 해야 한다. 내가 잘해서 이기니까 동료들도 좋아하지 않느냐. 팀이 이기면 팬들도 좋아하는 것이다”며 생각하는 야구, 세밀한 야구 또 이기는 야구를 주문했다.

/오키나와=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