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심의 법정시한을 불과 2주 앞두고 여야 간 대치가 격화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모여 국회정상화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더욱이 제1야당인 한국당이 이날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 방침을 밝히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과 간사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늘부터 국회 일정을 보류해달라”며 “국회가 무력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지침이 있을 때까지 이 기조를 유지해 달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정례회동을 통해 정기국회 파행 해소책을 논의했지만, 고용세습 국정조사 수용 등을 둘러싼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국당은 특히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 등 고용세습 의혹 관련 국정조사를 더불어민주당이 수용하지 않은 데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한국당은 오후 3시30분 국회에서 상임위원장·간사단 긴급 연석회의를 열어 국회 보이콧 방안을 논의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연석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하루 속히 고용세습 국정조사를 수용하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향후 발생되는 국회의 모든 파행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이날 국회 일정 전면 보류에 들어가면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양승동 KBS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단 소위 협상 등 일부를 제외한 국회 일정이 파행했다.

다만, 한국당은 전면 보이콧을 강행할 지 여부는 20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바른미래당은 국회 보이콧이라는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심정적으로는 한국당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한국동서발전 당진화력본부의 미세먼지 저감장치를 시찰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 정상화 관련 여야 협상이 결렬되고 한국당이 국회 상임위원회마저 보이콧을 시사하자 “여당에서 국정조사는 받아줘야하지 않나”라고 여당에 책임을 돌리며 의원총회를 통해 총의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잘못된 것이 없다면 국정조사를 통해 밝히면 될텐데 (여당에서) 굳이 거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3가지 조건 중 다른 것은 대통령이 해야할 인사 문제니 양보해도 국정조사는 이렇게 얘기할 게 있나”라고 반문했다.

다만, 손 대표는 국회 보이콧과 관련, “내일 의원총회를 통해 의원들의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국회 일정 보이콧에 대해 “제1야당의 도리가 아니다”라면서 비판했다.

서영교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를 정쟁의 도구로 삼더니 이번에는 상임위 활동을 하지 말라는 지시까지 내리고 있다”며 “국회가 다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고용세습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감사원의 조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조명래 장관 임명 등 대통령 인사를 문제 삼는 데 대해서도 ‘무리한 정치공세’라고 반박하고 있다.

여야가 고용세습 국조 등 국회 현안을 두고 첨예하게 충돌하다 보니 다음 달 2일을 법정시한으로 두고 있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야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 구성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상임위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당분간 주요 민생법안 처리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경 기자 jk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