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국내 반려동물 보유 가구가 21.8%라고 한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가 온 것이다. 반려동물 하면 가장 대표적인 동물이 개가 아닐까. 집 주변 공원을 산책할 때면 반려견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을 자주 목격한다. 반려견은 함께 있으면 즐겁고 위로가 되는 좋은 동물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엔 반려견(犬)과 반대되는 개념의 선입견(見)이란 놈이 있다. 이는 눈에 보이지도 않으면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준다.

특히 장애에 대한 선입견은 독종이다. 대다수 장애인들은 사회 곳곳에서 선입견에게 물려 마음에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선입견을 없애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실제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곳에서 불편이 현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우리 주변의 수많은 건물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장애물 없는 생활 환경(Barrier Free)이 꼭 필요한 이유다.

나는 장애인의 직업 재활과 고용 촉진을 위해 설립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다. 이전에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에 관심도 없었고, 솔직히 불편함을 느낀 적도 없었다. 3개월 전쯤 부장님과 함께 출장을 나갔을 때의 일이다. 부장님은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인데 그날 사업체 방문 후 같이 먹었던 점심이 소화가 잘 안되셨는지 계속 불편해 하셨다. 전남 지역에서도 꽤 인구가 많은 큰 도시였기에, 금방 장애인 화장실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겉보기에 규모가 크고 깔끔한 건물이었지만 정작 장애인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지 않았다. 주변에 있던 건물을 세 군데 정도 돌았지만 장애인 화장실이 없어 허탕을 치고 말았다. 점점 마음이 급해져 할 수 없이 시간이 좀 걸리지만 대형 마트로 가기로 했다.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A마트로 향했다. 그런데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장애인 화장실이 없었다. 다행히 근처에 있던 B마트가 있어 바로 차를 돌려 빠르게 도착했다. 그런데 3층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화장실로 향했으나 역시 장애인 화장실이 없었다. 마트 직원에게 문의하니 1층에만 구비되어 있단다. 어쨌든 1층까지 부장님을 모셔다 드렸고 문제는 해결되었다.

지금 되돌아 봐도 머리가 핑 도는 아찔한 경험이다. 편의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전국에 수많은 건물들이 이미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또 하나의 장애로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화려한 건물에, 큰 기업이 운영하는 사업장에는 당연히 장애인 화장실을 비롯한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리라는 생각도 내 선입견이었다. 외견만 그럴싸한 대형 건물들, 장애인 화장실이 없는 A마트, 1층에만 있는 B마트 모두 선입견 때문에 사회적 배려를 간과한 점이 아쉽다. 한편 내 기억에 당시 부장님은 나와는 달리 꽤 차분하게 대응하셨다. 편의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대기업 사업장에 분개하실 줄 알았으나 크게 동요하지 않으신 것이다. 이미 너무 많은 좌절을 겪으셔서 ‘그럴 수도 있다’고 체념해 버리신 건 아닌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공단에서는 사업장에 장애인 편의 시설을 자가 진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각 지사별로 장애물 없는 생활 환경 모니터링도 여건에 맞게 실시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부족하고 더 확대해 나가야 한다. 선입견에서 시작된 ‘장애물 있는’ 생활 환경은 이미 우리 사회에 퍼져 있다. 장애에 대한 선입견은 나쁜 것이고 없애야 한다. ‘장애물 없는’ 생활 환경은 장애인 고용을 위해, 아니 노약자 등 모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