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우리 몸에서 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얘기다. 시각장애인은 선천적인 경우와 자라면서 시력이 상실된 경우가 있다. 후천적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불행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시각장애 어린이들의 꿈과 우정을 담긴 이야기가 한 편의 동화로 탄생했다.

광주 KBS 영상감독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희철 작가가 펴낸 ‘소리당번’(가문비 어린이)은 시각장애 어린이들의 꿈과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동화에서 소리당번은 모둠의 리더로 소리를 찾아내는 당번을 일컫는다. 맨 앞에서 걸어가면서 뒤에 오는 친구들을 안내하는 역할이다.

어느 날 새린이는 친구들을 돕고 싶어 소리당번이 되겠다고 자청한다. 새린이는 9세 때 포도막염을 앓아 시력을 잃었다. 소리당번이 되고 소풍을 가면서 동화는 역동적으로 전개된다. 친구들을 데리고 지하철을 타고, 더러는 화장실에 가고 싶은 친구를 도와야 한다. 엄마가 없는 슬기가 김밥을 싸오지 않아 중앙시장에 들르지만 길을 헤맨다. 선생님이 도와주지 않는데 과연 새린이는 소리당번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책은 장애를 극복하면서 행복한 삶을 꿈꾸는 새린이와 친구들을 통해 그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지 못하면 나도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흔히 시작장애인이 다니는 학교를 ‘맹아학교’라 부르지만 새린이네 학교는 ‘빛날 학교’라고 부른다. 또한 전혀 보지 못하는 아동은 ‘큰 빛’, 저시력 아동은 ‘작은 빛’이라고 부른다. 책 뒤편에는 흰 지팡이, 점자블록, 점자책, 안내견에 대한 주의사항, 시각장애인을 돕는 구체적인 방법 등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하기 위한 여러 상식도 담겨 있다.

저자는 “동화를 쓰게 된 것은 눈 감아도 보이는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며 “마음으로 보면 세상이 환하고 아름답게 열리는 감동을 맛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김 작가는 기독공보 신춘문에에 소설 ‘창세기호’,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귀면와’가 당선돼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2018년 광주문화재단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에 ‘소리당번’이 선정됐으며 제2회 건국대 창작동화상 수상작 ‘보랏빛 나팔소리’를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