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소설 시리즈 ‘문지클래식’이 여섯 권의 작품집으로 첫발을 뗐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간행한 도서 가운데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작품’들로 구성된 문지클래식은 ‘고전’의 사전적 정의에 충실한 동시에 현 세대가 읽어도 깊이와 모던함을 느낄 수 있도록 초점을 뒀다.

이번에 시리즈 1차로 나온 책들은 다음과 같다. ‘관촌수필’(이문구), ‘마당 깊은 집’(김원일), ‘낯선 시간 속으로’(이인성), ‘아버지의 땅’(임철우), ‘미궁에 대한 추측’(이승우),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최윤) 등이다.

한국 현대소설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첫 출간 당시뿐 아니라 지금까지 많은 독자들에게 재미와 감명을 주고 있다. 위의 작품들은 한국 전쟁 이후 사회의 모순을 들여다보며 인간의 근원적 욕망과 모습들을 작가 특유의 감각으로 그려낸 문제작들이다.

문지클래식의 포문을 연 책은 이문구의 ‘관촌수필’로 고향에서의 일을 풍부한 토속어를 활용해 써낸 작품이다. 분단문학을 대표하는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은 세대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일으켰다. 이인성의 ‘낯선 시간 속으로’와 임철우의 ‘아버지의 땅’은 각각 상처 입은 청년의 의식을 중첩적인 문체로 그린 수작, 소시민의 여러 삶의 형태를 감동적으로 형상화한 소설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이승우의 ‘미궁에 대한 추측’은 신화와 역사를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소설이다. 마지막으로 최윤의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는 아픔을 딛고 희망을 증언하는 언어의 역사를 다룬다. <문학과지성사·1만5000원(‘관촌수필’), 그 외 1만4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