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의 폭염은 재난과 같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태풍 ‘솔릭’은 예고보다는 요란하지 않았지만 호남 지방에 적지 않은 피해를 주었습니다. 폭염과 가뭄, 태풍 등 기후의 영향으로 9월에는 농수산물 파동이 예상되기도 합니다. 추석 명절도 다가오는데 말입니다. 피해를 입은 농민들, 영세민들과 소상공인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많은 가난한 이들이 겪을 애타는 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기후의 변화와 생태계 교란을 더 자주 체험하게 되면서 우리 인간은 자연환경과 결코 무관할 수 없으며 인간도 자연의 일부임을 새삼스레 느끼게 됩니다. 또 자연환경 보존과 자연과의 공생, 상생의 가치가 더 절실해집니다.

지난 2015년 6월 프란치스코 교종(敎宗)의 중요한 회칙(回勅)이 발표되었는데, 바로 ‘찬미받으소서’라는 제목의 회칙입니다.

회칙이란, 교종이 세계의 천주교 전체에 관련된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일종의 칙서와 같은 공식문서입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천주교회 회칙의 역사상 환경 문제를 최초로 다룬 회칙입니다.

현대 시대에게 가장 큰 화두인 전(全) 지구적 생태 문제에 대한 교회의 영성과 실천에 관한 입장을 서술한 것이지요. 그 회칙에서 교종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지구(교종의 표현으로 “공동의 집”)에서 오염과 버리는 문화, 기후 문제, 물 문제, 생명 다양성의 감소 등으로 인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성찰하고, 인간이 초래한 생태 위기의 근원들인 기술 만능주의와 인간 중심주의를 다룹니다. 그리고 환경, 경제, 사회, 문화, 일상생활의 생태론을 공동선과 세대 간 정의에 입각한 통합 생태론으로서 제시하면서, 여러 차원의 대화를 통한 접근법과 행동 방식, 생태 교육과 영성을 언급하였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생태적 회개’입니다.

이는 인간에 의해 황폐해지고 파괴되어 가고 있는 피조물들을 우리의 ‘형제자매’로서 바라보면서, 전 세계의 모든 신자가 형제요 자매인 피조물들을 위해서 ‘회개’하자는 의미로 회칙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회개는 하느님과 이웃들과의 관계 안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자연에게도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를 성찰하고 회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이미 수년 전부터 4대강 사업, 강산의 환경 오염과 무분별한 개발, 핵발전소 문제 등으로 우리의 생활 환경이 친환경적이지 못하고 생태적 조건이 망가지는 모습을 확인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는 단순히 자연 환경의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인간 환경의 차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어 분열과 대립, 미움과 이기심 등의 모습들이 우리 삶 구석구석을 지배하게 만들어 가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지 않는가요? 바로 ‘생태적 회개’가 절실하고 필요한 이유입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3년 전부터 생태적 회개를 통해 지구 생태계 회복을 위해 투신하자고 요청하면서, 매년 9월 1일부터 10월 4일 사이에 어느 하루를 택하여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하여 실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금년에 광주대교구에서는 모든 단체와 성당에서 9월 1일에 실시하기로 하였습니다.

이 기도의 날은 특별히 우리 인간과 자연과의 상생, 공생의 관계에 관해 함께 깨닫게 되고 또 자연의 질서와 순리에 대해서도 함께 묵상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종교와 신분과 민족을 떠나 최근의 폭염과 가뭄 그리고 태풍의 위기를 함께 겪었던, 그리고 십중팔구 앞으로도 그러한 위기를 함께 겪어가게 될 우리 모두에게 지금 무엇보다도 ‘생태적 회개’가 가장 절실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