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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도 넘지 못한 ‘디펜딩 챔피언’의 씁쓸한 전반기였다.

KIA 타이거즈가 12일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를 끝으로 2018시즌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5할 자존심’을 위해 마산으로 왔지만 시리즈 첫 경기부터 역전패를 기록하면서 5할이라는 최소한의 목표도 이루지 못했다.

◇‘우승멤버’들의 부상과 부진=KIA는 지난해 V11의 현장에 있던 ‘우승 멤버’ 그대로 전력을 꾸려 2018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타선의 폭발력과 선발과 마무리의 견고함은 없었다. 이범호, 안치홍, 김선빈이 연달아 사구에 맞아 재활군이 됐었고 버나디나도 우측 허벅지 통증으로 자리를 비운 적이 있다. 현재는 이범호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다시 빠졌고, ‘캡틴’ 김주찬도 허리 통증으로 이탈했다. 그리고 지난해 94타점을 책임져줬던 나지완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2군으로 내려가 있다.

‘굴러온 복덩이’가 됐던 외야수 이명기과 포수 김민식 역시 부진으로 2군에 다녀오는 등 타선 곳곳에 빈틈이 생겼다.

마운드에서는 두 외국인 선수 헥터와 팻딘이 10승밖에 합작하지 못했다. 헥터의 매서움이 떨어졌고, 팻딘은 계속된 불운 속 슬럼프에 빠진 모습이다. 뒷문 단속을 해줬던 김세현의 부진은 특히 치명적이었다. 올 시즌 두 차례나 2군에 다녀오는 등 21경기에서 무려 11.2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선발 한 축을 책임졌던 임기영도 부상 이후 완벽한 모습을 회복하지 못하는 등 우승 멤버들의 부상과 부진에 쑥스러운 ‘디펜딩 챔피언’이 됐다.

◇무뎌진 창과 한계 드러난 방패=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에는 타선의 집중력이 뚝 떨어졌다. 시즌 초반 3할이 넘는 타율로 팀 타율 1위 자리를 지키기도 했지만 효율성은 떨어졌다. 0.362의 출루율로 선두 1위에 이어 2위 자리는 지키고 있지만 홈까지 가는 길이 멀다.

기동력이 떨어진 타선은 기회마다 흐름을 끊은 병살타를 남기며 답답한 경기를 이어왔다.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85경기를 소화했지만 93개의 병살타로 2위 LG를 따돌리고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타선의 폭발력이 떨어지면서 수비 실수는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올 시즌 KIA는 53개의 실책으로 최소 실책 5위에는 자리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의 에러가 많다. 또 ‘공격형 타선’의 기록되지 않은 실수도 잦다. 수비 시프트도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약한 수비를 만회하는 폭발적인 공격이 있었지만, 올 시즌 창은 무뎌졌고 그만큼 수비 약점은 두드러지고 있다.

◇‘경쟁’이 남겨 놓은 희망= 곳곳에 숙제가 남았지만 후반기 반전을 이룰 희망은 있다. 불펜에 거세게 불고 있는 ‘경쟁’의 바람이 그것이다.

지난해에는 막강 선발과 화력에 비해 불안한 불펜이 약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올 시즌 젊은 투수들의 치열한 내부 경쟁이 전개되면서 불펜은 성장세를 보인다. 고졸 2년 차 투수 유승철이 예상치 못했던 활약으로 1군 자리를 지키고 있고, 좌완 임기준도 중요한 순간에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황인준도 마당쇠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문경찬의 씩씩한 피칭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김세현의 부진에도 김윤동이 묵묵히 역할을 하고 있고, 윤석민과 임창용이 경험으로 뒷문 수성에 나서면서 불펜은 지난해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

타석에서도 류승현과 신범수 등 새 얼굴이 ‘깜짝 활약’으로 선배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는데 미안하다. 안 된 부분들이 많아 팬들에게 죄송하고 후반기에는 준비 잘해서 성적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반기를 마무리하는 소회를 밝혔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