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유통업계의 ‘핫 플레이스’는 백화점이었다. 인터넷 구매가 활발하지 않던 시절, 오프라인은 상거래의 기본이었고 그 중심은 백화점이었다. 각종 브랜드를 가진 업체마다 백화점 입점에 사활을 걸었고 백화점은 수수료 장사로 떼돈을 벌었다.

그 무렵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뉴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포털(Portal·관문) 사이트가 지향하는 바는 백화점처럼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것이었다. 자료 검색이 주 서비스이지만 사람을 불러 모으는 데는 뉴스만 한 것이 없었다. 뉴스를 직접 생산하지 않으면서도 언론사로부터 제공받은 뉴스로 장사를 하는 사업 모델이 좌판만 깔아 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백화점과 흡사하다.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은 뉴스를 미끼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 후 광고 수입으로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 뉴스를 주로 인터넷으로 보는 사람들의 성향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해 36개국의 디지털 뉴스 소비 통로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읽는다’는 답이 77%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한데 우려스러운 점은 뉴스에 다양한 댓글 기능을 더해 장사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2004년부터 뉴스에 댓글 기능을 제공했는데 순서대로 댓글을 보여 주던 방식을 2015년부터는 호감 순으로 바꿔 이용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렸다. 체류 시간이 길면 광고 단가가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드루킹’의 댓글 조작은 네이버의 이런 뉴스 유통 구조가 원인이다. 포털을 언론사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이전부터 있었다.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뉴스 공룡’ 포털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댓글 조작을 막을 수 있는 방안으로 외국처럼 포털에서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 링크’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 구매 활성화와 브랜드의 로드샵화에 따라 백화점 전성시대는 지났다. 포털이 백화점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정부의 규제에 앞서 성의 있는 자구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장필수 전남본부장 bun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