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는 원본이 없다. 사랑은 두 사람 사이에 공유되는 고유한 체험이다.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의 대답을 찾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사랑은 ‘일 만개의 직소퍼즐’ 같다.”

시인인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주창윤 교수의 저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내용이다. 저자는 ‘미켈란젤로의 발견’을 예로 들며 사랑은 발견이라고 정의했다. “평범한 대리석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미켈란젤로의 작업”과 같다는 의미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가치 있는 주제로 사랑을 빼놓을 수 없다. 예술가에게는 영감의 원천이었으며 종교인에게는 실천해야 할 행위였다. 바쁜 일상을 사는 장삼이사들에게는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런던대 교수인 사이먼 메이는 ‘사랑의 탄생’에서 철학자들이 정의한 사랑을 조명한다. 플라톤은 사랑을 마음과 영혼을 고무시키는 행위로 규정했다. 일명 ‘플라토닉 러브’는 육체적 욕망을 배제한 순수한 마음에 초점을 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미의 실재보다 사람들 간의 유대라는 관점에서 사랑을 강조했으며, 로마의 실용주의자 오비디우스는 관능적 쾌락과 이상적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양가적 입장을 견지했다.

사랑은 이처럼 시대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고 변모해왔다. 그러나 어떠한 사랑의 행태와 개념도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만큼 위대하거나 숭고하지 않다. 신의 인간을 향한 거룩하고 무조건적인 사랑, 다시 말해 아가페적인 사랑이 부모의 마음이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는 날이다. 진도와 인천 등 전국에서 다양한 추모 행사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희생된 학생들의 부모가 자녀들에게 쓴 육필편지 모음집이 발간됐다. (사)4·16가족협의회와 (사)4·16기억저장소가 엮은 ‘그리운 너에게’는 110편의 편지를 담고 있다. 편지를 통틀어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바로 ‘사랑한다’는 단어다. “너를 처음 사랑한 사람도, 너를 가장 오래 사랑한 사람도 엄마랑 아빠라는 걸. 언제나 내 곁에 함께 있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보고 싶다.”

자식을 향한 절절한 마음에 절로 옷깃이 여며진다. 사실 많은 이들이 표현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사랑한다’는 말이다. 늦기 전에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보면 어떨까.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