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남편과 사별한 후 빚 독촉에 시달리던 40대 여성이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된 ‘증평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광주·전남 지역에서 해마다 목숨을 끊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에 처한 소외계층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상훈 의원이 최근 발표한 ‘2012∼2017 기초생활수급자 자살 현황’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 자살자는 지난 2012년 267명에서 지난해 335명으로 68명(26%)이 증가했으며 2012년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는 모두 1763명이었다. 같은 기간 광주는 58명, 전남은 15명 등 총 73명이 죽음에 내몰렸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광주의 경우 2012년부터 2015년 사이에 매년 7명∼11명이 세상을 등졌으나 2016년 21명, 2017년 17명 등으로 늘어 모두 58명에 달했다. 전남에서는 이 기간 동안 15명이 목숨을 끊었다. 연령별로 보면 광주는 20∼29세가 4명, 30∼39세 7명, 40∼49세 15명, 50∼59세 21명, 60∼69세 11명, 70세 이상 13명이었다. 전남에서도 50∼59세 4명, 60∼69세 5명, 70세 이상 5명 등으로 노인들의 죽음이 많았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의 자살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복지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2015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해 수급자 선정 완화 등 복지 지원시스템을 마련했지만 아직도 사회 안전망이 촘촘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금이라도 제도 전반을 점검하고 사회적 병리현상이 심각해지기 전에 현실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가난 때문에 죽음에 내몰리는 비극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