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반 위의 별’들로 빛난 강릉 아이스 아레나였다.

지난 17일 일본 하뉴 유즈루의 올림픽 2연패로 남자 피겨스케이팅 경기일정이 마무리됐다. ‘4회전 점프’를 앞세운 신예 스케이터들이 은반을 빛낸 이 날, 경기가 열린 강릉 아이스 아레나 관중석도 별들로 반짝거렸다.

전 세계 피겨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옛 스타’들이 대거 방송해설자로 변신해 강릉을 찾았다.

이날 금·은메달을 싹쓸이한 일본은 중계진도 화려했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 여자 피겨 금메달리스트 아라카와 시즈카, 섭식장애를 딛고 활약했던 스즈키 아키코 그리고 2010 밴쿠버올림픽 남자 싱글 동메달리스트 다카하시 다이스케가 방송해설자로 자리를 했다.

여기에 일본의 아이돌 그룹 아라시의 사쿠라이 쇼도 특별 캐스터로 카메라 앞에서 서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대표 선발전 탈락으로 평창행이 불발된 미국의 애슐리 와그너는 도요타의 홍보 대사로 경기장을 찾아 별들의 잔치를 지켜봤다.

국내 중계진도 우리나라 피겨의 별들로 채워졌다. 김해진과 곽민정이 각각 MBC와 KBS 해설위원, 차준환과 마지막까지 평창행을 다퉜던 이준형은 SBS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대표 선발전 1·2차전 선두를 지키다가 역전을 허용했던 이준형은 “(아쉬움을) 훌훌 잘 털어버렸다. 선발전 다음날부터 괜찮았다. 이 자리에 이렇게라도 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이 자리에서나마 (차)준환이를 응원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준환이가 아침까지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는데 경기를 잘해줘서 고맙고 기특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또 “지난 소치 대회 때 보다 확실히 남자 선수들의 기술력이 많이 올라왔다. 세계 선수들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쿼드러플(4회전) 점프가 필수일 것 같다. 네이선 첸 선수의 6번 쿼드러플 점프에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며 놀란 표정을 지은 뒤 “(링크)안쪽에서는 내 것에만 집중했었다. 해설자가 되니 신경 못 썼던 부분이 보이고, 얼마나 선수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지도 알게 됐다. 비록 올림픽에는 나가지 못했지만 행복한 시즌을 보냈다. 다시 선수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다음 시즌에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선수 이준형의 각오도 언급했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왕년의 별’은 개성 만점의 ‘꽃미남’ 피겨 스타 조니 위어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금메달에 빛나는 타라 리핀스키이었다.

미국 NBC 해설자로 평창을 찾은 두 사람은 화려한 의상을 입고 등장해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리허설 도중에는 카메라를 보고 익살스러운 춤을 추는 등 여전한 끼를 발휘한 환상의 콤비였다. 두 사람은 취재진 사이에서도 가장 많은 사진 촬영 요청을 받는 등 경기장 밖의 ‘금메달리스트’였다.

/평창동계올림픽 취재단=김여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