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다가오는 설을 계기로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하면서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25 전쟁 이후 65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실향민 1세대의 고령화가 심각하고 매년 3000여 명의 이산가족이 상봉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사망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어제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기조 발언을 통해 “2월 민족의 명절인 설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진행하자”며 이를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을 제의했다. 이에 대해 북측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남북 간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어 나가자”고 했을 뿐 구체적인 답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설을 전후해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면 2015년 10월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하지만 아직 남북의 합의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북한은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에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조건을 건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산가족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지난 1988년 등록 당시 13만 명이 넘었지만 이 가운데 7만2000여 명이 세상을 떠났고 현재 5만9000여 명만 생존해 있다.

또 생존자 가운데 60%가 80세 이상 고령이어서 시간이 없는 상황이다. 광주·전남 상봉 신청자도 1372명으로 지난 2005년에 비해 900여 명이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 10월까지 20차례 열린 상봉 행사에선 고작 4185건만 성사돼 “로또 복권 당첨보다 힘든 것 같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이들의 한과 아픔을 감안한다면 남북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최우선으로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번 설만이 아니라 정례적인 상봉을 모색하고, 화상 상봉이나 서신 교환, 생사 확인 등 낮은 수준의 상봉 방안도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