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는 잘 알려진대로 전주와 나주의 앞글자를 따 탄생한 명칭이다. 농업이 모든 것의 중심이었던 일제강점기 이전 전라도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쌀, 보리 등 주식은 물론 다양한 밭작물, 사시사철 과일, 수산물 등이 모두 풍부했다. 산과 하천, 평야, 섬 등 각종 자연자원이 많고 풍광 또한 수려했다. 이를 토대로 한 판소리, 서화 등 예술과 문화가 꽃을 피우면서 예향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전라도라는 지명은 고려 현종 때의 전라주도(全州道)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동쪽으로 경상도 그리고 북쪽으로 충청도와 경계가 맞닿았는데, 본래 마한 땅으로 백제의 영역이었다. 의자왕 20년(660)에 백제가 망한 뒤 당나라가 이곳에 웅진(지금의 공주), 마한(지금의 익산), 동명(지금의 부여), 덕안(지금의 은진), 금련(지금의 금구)의 5개 도독부를 설치했다. 당나라 군사가 물러간 뒤에는 신라의 경덕왕이 전주와 무주에 도독부를 두었고, 진성왕 때부터 후백제의 견훤이 이곳을 차지했다.

고려 성종 때 강남도와 해양도로 나뉘었으며, 현종 때 비로소 전라주도라고 칭했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동쪽은 경상도 함양군에 이르고, 서·남쪽은 바다에 닿으며, 북쪽은 충청도 은진현에 이르는데, 동서가 230리요, 남북이 405리다’라고 적혀있다.

전라도는 호남이라고도 불렸다. 호수의 남쪽에 위치한다는 의미로, 이 호수는 여러 설이 있으나 김제의 벽골제호가 유력하다. 또한 금강 이남을 강남도라 부른 데에서 호수는 금강을 가리킨다고도 한다. 호남은 동쪽으로 소백산맥이 경계이고, 북쪽으로 금강이 경계다. “함평천지 늙은 몸이”로 시작하는 조선 후기 판소리 ‘호남가’는 전라도의 지명과 특징을 담은 명곡이다.

조선시대 전라도는 전광도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광주가 나주를 대신해 지방 명칭으로 사용된 시기는 영조 4년(1728)부터 영조 13년(1737)까지 단 10년간이었다. ‘팔도강산’의 8도는 전라도,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강원도,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를 말한다. 1413년(태종 13년) 정해진 이 행정구역은 1895년 5월26일 칙령 제98호에 따라 전국을 ‘23부제’로 나누기 전까지 무려 482년 동안 유지됐었다. 전라도는 지금의 전라남북도와 제주도를 포함하고 있었으며, 23부제 실시에 따라 전라도에 ‘부’가 설치된 곳은 전주, 남원, 나주, 제주 등이었다. 그러나 이 일제의 ‘냄새’가 진동하는 23부제는 채 2년이 가지 못했다. 세계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일제가 저지른 을미사변과 단발령, 고종의 아관파천 등이 이어졌고, 친일내각이 실각하면서 다시 지방행정구역은 조정됐다. 그것이 1896년 8월4일 칙령 제36호로 도입된 ‘13도제’다.

13도는 앞서 8도 가운데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평안도, 함경도를 남북으로 분리하면서 탄생됐다. 전라도는 노령산맥 이남이 전라남도, 그 위가 전라북도로 명칭이 바뀌었다. 물론 이 경계는 수차례의 변경 과정을 거쳐 지금의 구역으로 조정된 것이다.

◇전주, 조선 태조 이성계의 본향=삼국사기 기록에 의하면 전주의 옛 명칭은 백제시대 완산(完山), 마한국명으로는 원지국(圓池國)이다. 전주라는 지명 사용은 서기 757년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경덕왕(景德王) 16년부터다. 견훤은 900년 전주를 도읍으로 해 ‘후백제’를 세웠다. 고려 성종(983)은 전국에 12목을 두었으며, 전라도에는 전주목과 나주목이 설치됐다. 현종(1018)은 5도, 양계체제로 개편했는데, 전주권과 나주권이 합쳐 전라도가 탄생했다.

전주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본향이다. 조선 건국 후 전주에 태조어진을 모시고 경기전이라고 불렀으며, 전주는 전라도를 총괄하는 전라감영의 수부(首府)였다. 한강이남에서 가장 큰 성이였던 전주부성은 객사가 중심에 위치하고 그 앞쪽으로 서편에 전라 감영, 동편에 전주부영이 자리했다. 전주의 전성기였다. 호수로는 한양, 평양에 이어 3번째였고, 인구수는 한양, 평양, 의주, 충주에 이어 5번째 였다.

◇1114년된 지명, 나주읍성의 압도적 크기=과거 나주는 금성군(일명 금산)이라 칭했다가 고려 효공왕 7년(903)에 나주라 개칭됐고, 후삼국시대에는 후백제의 영지였다. 983년 전국 12목 중 하나로 나주목이 설치됐으며, 고려 성종 14년(995)에 이르러 병마절도사를 두어 군대의 칭호를 진해군이라 했다. 현종 2년(1011) 거란의 침입으로 잠시 피난왕도가 됐으며(1011년 1월 13일∼1월31일까지) 1018년에는 전국 8목 중 하나로 나주목이 되어 1895년까지 계속됐다.

조선시대 나주가 광주보다 큰 도시였다는 징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읍성의 크기를 들 수 있다. 광주일보가 지난 2013년 연중시리즈 ‘국가기록원과 함께하는 남도 근대화 탐사’에서는 광주는 물론 나주, 순천, 여수 등의 도시를 찾아 일제강점기 당시 지적도를 근거로 읍성의 면적을 구해 비교했다. 일제는 강제병합 후 바로 토지조사사업(1911∼1917년)에 착수했는데, 이 사업을 통해 당시까지도 도시 중심부에 자리한 성곽은 유지되고 있었다. 따라서 토지조사사업 당시 기록된 지적을 복원해 그 면적을 추정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이들 읍성 내 면적은 나주읍성이 83만9967㎡, 광주읍성 39만4652㎡, 순천읍성 15만5271㎡, 전라좌수영(여수) 14만284㎡로 집계됐다. 나주읍성이 광주읍성보다 2배 이상 컸다는 것이다. 또 1914년 전남도의 부군폐합 전 나주의 인구는 10만9175명(2만2223호)으로, 제주군(17만4611명, 3만7939호), 무안군(13만73명, 2만4703호)에 이어 세 번째였다. 하지만 광주는 7만9099명(1만6737호)로, 해남, 순천, 화순, 보성보다도 인구가 적었다.

◇일제강점후기, 전남의 인구 전국 1위=일제강점기 전남은 ‘조선의 보고’로 불릴 만큼 농수산물, 공산품 등의 생산이 다른 도에 비해 압도적이었고, 인구 측면에서도 13개의 도 가운데 경상북도와 1, 2위를 다툴 정도였다. 한일 강제병합 1년 뒤인 1911년 전남의 인구는 165만3715명으로, 경북(166만9775명)으로 두 번째였지만 30년 뒤인 1941년 265만6543명으로, 경북(248만783명)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일제강점기 전남은 농수산물은 물론 전국 최대 면화재배지였다. 국가기록원이 소장중인 ‘면(綿)의 전남(1926)’에 따르면 1904년 목포영사관을 통해 미국 면화종자를 들여온 일제는 기후, 풍부한 노동력, 항구 근접 등을 감안해 전남을 면화 재배 최적지로 낙점했다. 1925년 전남의 면화 생산량은 4942만1579근으로, 전국(1억4018만4382근) 생산량의 3분의 1을 넘어설 정도였다. 무안군이 768만6717근으로, 도내 최대 생산지였고, 해남(603만2756근), 여수(400만근), 나주(319만3166근)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윤현석기자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