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한 자치단체에 거주하는 A(52)씨는 ‘마당발’로 통한다. 평소 지역 내 공무원들과 친목 모임을 할 정도로 두터운 인맥을 자랑한다. 특히 현직 자치단체장의 선거운동을 적극 도와준 덕분에 공무원들 사이에서 A씨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A씨는 이 같은 화려한 인맥을 기반으로 영업대리점을 차린 뒤 사실상 관급자재 납품업자를 상대로 브로커 활동에 나섰다.

A씨는 “자치단체 공무원에게 부탁해 자재를 납품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계약금액의 10∼25%를 챙겼고, 실제 해당 관급자재 납품을 성사시켜 수수료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받아냈다.

A씨는 불법 수수료에 대해서는 자신의 영업대리점에서 물품판매위탁 계약 및 매출세금계산서 발행 등을 통해 교묘하게 합법으로 위장했다.

하지만, 광주지검은 휴대전화 분석과 계좌추적, 회계분석 등 다양한 과학수사기법을 활용해 A씨의 납품비리를 적발하고, 구속기소했다.

A씨처럼 광주·전남에서 관급계약 수주 대가로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이른바 ‘관급 비리 브로커’들이 검찰에 대거 적발됐다. 광주지검은 브로커와 연계돼 있는 것으로 보이는 자치단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광주지검 특수부(박철우 부장검사)는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9명을 구속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관급계약 수주를 대가로 업체로부터 각각 4000만∼2억 8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자치단체 공무원 및 교직원과의 친분을 내세워 군청, 학교에 관급자재를 납품하도록 도와주고 수수료 명목으로 계약 금액의 10∼25%를 챙겼다.

브로커들은 자치단체 발주 납품계약 가운데 조달청을 통한 ‘제3자 단가계약’의 경우 각 기관 담당공무원들이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사이트에서 입찰 절차 없이 제품을 선택하면 구매계약이 체결된다는 점을 노려 로비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브로커들이 적발된 자치단체는 순천시, 해남·보성·곡성·영암·담양·고흥군, 경남 마산시, 충북 음성군 등 9개 자치단체이며, 광주·전남지역 각급 학교도 브로커들의 주요 활동 무대였다.

특히 사이비 기자인 B씨는 한 때 모 지역 신문사 교육담당을 했던 경력을 앞세워 광주시교육청 등을 드나들며, 교육청 공무원, 교직원과 친분을 쌓고 이를 통해 관급계약이 성사되도록 도와준 것으로 전해졌다.

관급자재업자들은 브로커에게 지급할 수수료를 미리 공급가격에 부풀린 뒤 ‘단가표’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손해없이 이익을 챙겼다. 결국 혈세만 낭비된 셈이다.

관급자재업자들은 브로커를 통하지 않고서는 관급계약 수주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 때문에 계약금액의 최대 25%에 해당하는 거액을 브로커들에게 지급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에 따르면 실제 파형 강관을 판매하는 한 업체는 브로커를 통하지 않고 관공서를 상대로 영업을 했는데, 담당 공무원과 얼굴을 익히는데만 1년이 걸렸으며 겨우 2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고 한다.

특히 관급공사 시공업체마저도 발주처인 자치단체에 자신들이 필요한 특정업체의 부품을 사용하는 견적서를 제출한 뒤, 그 지역의 영향력 있는 브로커를 찾아가 영업을 부탁하는 사례까지 있었다.

검찰은 브로커들의 범죄수익을 전액 환수 조치하는 한편 또 다른 브로커들의 범죄 및 연계된 공무원들의 불법성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박진표기자 luck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