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문명을 지탱하고 있으면서도 그다지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세계가 있다. 바로 교통과 물류의 세계다. 지금까지 ‘교통과 물류’라는 주제는 인문학적 대화에서도, 세계 경제나 미래 현안을 다루는 부분에서도 진지하게 논의된 적이 별로 없다.

오늘날은 매일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이 이동하고 수억 개의 물품이 항공기와 선박 등을 통해 운송되고 있다. 단 하루치의 세계 상품 이동은 노르망디 상륙 작전과 아폴로 달 착륙 프로젝트를 합한 것보다 규모가 크다.

이동에 관한 역사와 경제, 인물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 출간됐다. 퓰리처상(1989)을 수상한 바 있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에드워드 흄스가 펴낸 ‘배송 추적’은 우리가 몰랐던 광대한 세계, 즉 문에서 문으로의 세계에 초점을 맞춘다. “이동하는 모든 것의 인문학”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책은 우리 생활의 시작에서 끝을 책임지고 있는 ‘도어투도어 세계’에 초점을 맞춘다.

리처드 폴로리다 뉴욕대학교 교수는 추천사에서 “저자는 엄청난 교통체계 안으로 우리를 데려가 그 복잡한 세계를 펼쳐 보인다”며 “이 책은 점점 중요해지는 디지털 세계를 뒷받침하는 거대한 물리적 체계에 대해 놀라운 설명을 해준다”고 평한다.

저자는 아침에 기상해 커피를 마시고 어제 마신 탄산수 캔을 버리는 일상의 행동에서도 도어투도어 세계를 발견한다. 그리고 일상의 물품들 역시 손에 들어오기까지 전 세계를 몇 바뀌씩 돌고 돌아 왔음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도어투도어 세계의 전경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최전선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의 삶을 깊숙이 클로즈업하는데, 여기에는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세계가 얼마나 일상과 맞닿아 있는지도 보여준다.

즉 마법처럼 보이는 모든 물류 체계가 저절로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배의 선장, 항구의 도선사, 트럭 운전사, 상품을 기다리는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제 역할을 함으로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저자는 이 과정 가운데 하나만 지체가 되어도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일례로 항구 파업은 나비효과처럼 번져 피자가게에서 피자를 만들지 못하게 하고, 11월 31일에야 할로윈(원래 10월 31일) 상품을 받게 한다. 이는 도어투도어 세계는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못 알아차릴 뿐, 그것들은 모두 세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다.

도어투도어 세계를 들여다보는 저자의 시선은 공간 축에서 시간 축으로까지 이동한다. 과거에 운항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던 선적과 하역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킨 컨테이너의 발명에서 시작해 새로운 첨단기술을 이용한 물류 미래까지 보여준다. 배송업체 UPS는 ‘오리온’이라는 경로 최적화 프로그램을 사용해 배송 경로를 최소화시켰다.

여러 기술 중에도 가장 극적인 변화는 무인자동차의 상용화 가능성이다. 운전을 대신해주는 데서 나아가 교통문화 전체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견해다. 물론 교통정체 해소와 사고 방지, 궁극적으로 이동성 확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무인자동차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저자는 어떤 미래가 오더라도 도어투도어 세계는 세상을 움직이는 핵심으로 작동할 거라 예상한다.

〈사회평론·1만6000원〉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