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광양축산농협이 담보도 없이 특정 개인의 공탁금으로 수십억원을 대출해 준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7일 순천광양축산농협과 광주지법 순천지원 등에 따르면 축산농협은 조합원 A씨에게 28억 5000만원을 빌려줬다.

A씨가 지난 3월 매매 계약을 체결한 순천시 용당동 B씨 소유 사우나 건물과 부지(2600㎡) 대금 명목으로, 축산농협측은 대출에 필요한 담보도 없이 수십억원을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매매 계약에 따라 계약금(3억)을 냈고 잔금 기한인 7월 말 잔금(28억5000만원)을 치르기 전, 해당 건물주가 사우나 건물·부지를 다른 매매자에게 팔아버린 데 반발하며 지난 8월 법원에 공탁금을 내고 부동산 매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축산농협측은 이 과정에서 A씨의 공탁금을 내주고 관련 약정서만 작성한 뒤 수십억원의 대출을 승인해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측산농협측이 사우나 건물 부지에 농협 마트를 설립하기 위해 건물주 모르게 A씨를 통해 사우나 건물·부지를 매입하는 시도를 했다가 무산됐다는 말이 나온다.

이른바 신탁자(순천광양축산농협)가 매수자금을 제공하는 대신, 부동산 매매계약 및 이전등기는 모두 수탁자(A씨) 명의로 이행하는 ‘명의신탁’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명의신탁이 보통 탈세를 하기 위해서나,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불법적인 목적으로 악용되는 점 등을 들어 현행법(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은 명의신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해당 건물주는 사우나를 폐업하지 않고 계속 운영 한다는 조건으로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가 A씨가 건물을 축협에 매각할 것으로 알려지자 잔금을 치르기 전 다른 매수인에게 부지를 매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순천광양축산농협측은 앞서 A씨 소유의 사우나 인근 부지(5700㎡)를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30억원)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까지 받고 있다. 해당 축산농협측은 A씨가 지난 2015∼2016년 이 부지를 사들일 때도 13억원을 대출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씨 입장에서는 축협에서 빌린 돈 만으로 15억원 가량의 이득을 챙긴 것 아니냐는 셈법이 나온다.

순천광양축산농협 관계자는 이와관련, “명의신탁을 시도했다는 의혹은 ‘어불성설’”이라며 “지난 6월 총회와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적법한 절차대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해당 농협측은 또 “A씨의 사우나 인근 부동산을 비싸게 구입한 것은 주변에 아파트와 개발이 이루지며 지가상승 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이뤄져 고려한 금액”이라고 해명했다.

/순천=김은종기자 ej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