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20일 밤 10시30분께 광주역 일대에서 최세창 여단장은 각 대대에 M-16 실탄을 배포하고 장착토록 지시한다. 시위가 격해지자 3공수여단 부대원은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사격한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일어난 계엄군의 첫 집단 발포다.

집단 발포가 일어나 시민들이 사망하자 당시 군 수뇌부는 긴급대책회의를 연다. 2군사령부가 작성한 ‘광주권 충정작전간 군 지시 및 조치사항’과 1995년 검찰조사 때 전두환 신문조서에 따르면 5월21일 새벽 4시30분께 국방부 장관실에 주영복 국방부장관, 이희성 계엄사령관, 진종채 2군사령관, 노태우 수경사령관, 정호용 특전사령관, 차규헌 육군사관학교장을 비롯해 전두환 합수본부장이 참석했다.

이 회의에서 ▲계엄군의 광주 외곽 배치 ▲자위권 발동 ▲1개 연대의 추가 투입 ▲전투력 공백 보전책으로 2개 훈련단 훈련동원 소집 ▲폭도 소탕작전은 5월23일 이후에 의명 실시 ▲경계 강화조치 등이 논의된다. 자위권 발동은 군인이 생명을 위협받을 때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다.

이 때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자위권 발동’을 강조했다고 나와있으며 특히 직책이 아닌 ‘전 각하’(全 閣下)로 기록하며 실권자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지난 37년 간 발포명령자를 찾기 위한 노력에도 나오지 않았던 까닭은 당시 신군부는 ‘발포명령’을 ‘자위권 발동’으로 지칭했기 때문이다.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은 지난 1996년 검찰 피의자 신문 조서에서 “자위권 발동은 한마디로 말하면 발포명령인 것입니다. 즉, 자위권 발동 지시가 내려가고 실탄이 분배됐다는 이야기는 발포해도 좋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라고 진술했다.

정 전 사령관은 같은 조사에서 “자위권 발동은 ▲경고 후 3회 이상 정지 명령 ▲가능한 위협 발사 ▲급박하더라도 생명에 지장 없는 신체부위 사격 ▲선량한 주민 피해 없도록 유의하라고 돼 있는데 가능한가”라는 검사 질문에 “사실상 교전 상황에서는 하퇴부를 조준해 사격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한 자위권 발동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전 전 대통령도 자신의 회고록에서 “‘00시00분을 기해 발포해도 좋다’, 지금부터 자위권을 행사한다’와 같은 식으로 자위권 행사가 승인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5월21일 오후 1시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도 자위권 발동 하루 전에 이뤄졌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이희성 계엄사령관이 이날 오전 9시20분부터 10시50분까지 최규하 대통령에게 긴급대책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보고한 후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신군부가 최규하 대통령을 겁박해 사실상 자위권 발동을 허락 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다. 신군부는 오전 11시 주영복 국방장관 주재로 합참의장, 해군총장, 공군총장 등이 참석한 국방부 대책회의를 하고 이날 오후 7시30분 육군본부 기밀실에서 TV생방송을 통해 자위권 보유 천명을 거쳐 이튿날 자위권이 발동됐다.

도청앞과 광주역 집단발포를 정당화 하기 위해 서둘러 자위권을 확보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