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에서 전투상보라는 것은 거칠게 요약하면 우리 부대가, 나아가 우리 부대 ××가 이 작전에서 이러이러하게 공을 세웠다고 상부에 자랑(보고)하는 문서다. 이를 바탕으로 해당 작전 유공자 표창이 이뤄지고, 반성도 뒤따르는 건데 (서류엔)공적도 없고 유공자 명단도 빠졌다. 완전히 엉터리다. 또 중요한 (작전에 대한) 분석과 교훈도 과정이 빠지고 답만 있다. 수학 문제 풀때 과정을 써야하는 것처럼 전투상보도 마찬가지다.”

3·7·11공수여단이 각각 작성해 과거 노무현정부 당시 군 과거사위 등에 제출한 전투상보(광주소요사태 진압작전)를 살펴본 군 출신 인사 A씨가 해당 전투상보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밝힌 설명은 매우 구체적이다.

요약하면, 전투상보에 반드시 들어가야하는 항목이 아예 생략됐거나 기술됐어도 형식적으로 언급하는데 그쳤다는 점에서 조작된 전투상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A씨가 생략됐다고 밝힌 주요 항목은 일반적으로 전투상보에서 ‘부록’에 들어가야 할 공적 내용과 유공자 명단이다. 3공수, 7공수, 11공수여단이 각각 작성한 전투상보에는 하나같이 빠져있다.

당시 특전사령관 정호용, 3공수여단장 최세창, 20사단장 박준병의 경우 5·18 유혈진압 직후(1980년 6월) 충무무공훈장을 받는 등 상무충정작전에 공을 세운 77명의 군인, 경찰 등은 훈포장을 받았는데, 훈포장의 근거가 되는 공적이 전투상보에 반드시 기술됐어야한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특정 작전 유공자에게 훈포장이 수여됐다면 지금은 존재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나 당시에는 제대로 된 ‘전투상보’가 작성됐고, 주요 작전 내용이 상세히 기술되고 유공자와 유공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겼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당시 훈포장이 장성, 영관 및 위관급 장교, 부사관(하사관)은 물론 사병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수여된 만큼 이들의 공적이 제대로 기술된 전투상보가 필연적으로 존재할 것이라는 상식적 판단에 서다.

부대별 주요 작전 전개과정을 상세히 담고 그에 대한 평가를 담는 ‘분석과 교훈’ 부분도 마찬가지다. 11공수여단의 경우 1980년 5월 21일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와 27일 새벽 전일빌딩 진압작전의 내용이 가장 중요한데, 전투상보를 보면 그에 따른 분석과 교훈이 매우 부실하게 작성됐다.

A씨는 “전투상보에서 분석과 교훈 부분은 구체화가 핵심”이라며 “작전경과와 분석, 교훈이 구체화돼야 하는데 요약식으로 작성됐다. 수학 미적분 풀려면 과정이 드러나야하는데, 문제와 답만 나와있고 과정은 완전히 빠져있다. 또한 체험수기 형식의 주요 지휘관의 평가도 담겨야 하는데 없다”고 지적했다.

A씨는 “6·25전쟁에서도 작전장교를 중심으로 한 군인들은 그날 그날 전투마다 전투상보를 세밀하게 작성하고 필요할 경우 그림도 넣었다. 또 반드시 해당 작전의 유공자 명단과 유공 내용도 담았다”면서 “이러한 점을 두루 고려하면, 군에서 5·18진상규명 작업을 벌이는 관계기관에 지금껏 제출한 전투상보는 가짜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A씨는 “도입부, 각 부대별 고유 임무 내용만 조금 다를 뿐, 전투상보 내용이 전부 비슷하다. 마치 한 사람이 작성한 듯한 느낌이 강하다”면서 “내가 아는 한 군에서 이런 식으로 작성하는 전투상보는 여태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