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한 5·18 행방불명자 암매장지로 꼽힌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 희생자 12명이 암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유력한 암매장 제보자의 메모에 적힌 숫자로 발굴을 앞두고 옛 광주교도소에 암매장 희생자 인원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19일 5·18기념재단은 1980년 5월 계엄군으로 광주에 투입된 3공수여단 지휘관이 작성한 약도와 제보자 증언을 토대로 옛 교도소 담장 밖을 유력한 암매장 장소로 지목했다.

발굴예정인 암매장지에 5·18 당시 사망자 12명이 묻혀있다는 내용은 3공수여단 부대원이 작성한 약도에 메모 형식으로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공수 여단 부대원이 약도에서 지목한 장소는 5·18 당시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던 재소자가 ‘중장비로 땅을 파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지목한 곳과 같은 장소다. 이 재소자는 “5·18 때 교도소 옥상으로 올라가 작업을 하던 중 주위를 살폈는데 담장 너머에서 굴삭기가 움직이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재단은 해당 장소에서 계엄군이 굴삭기를 동원해서 시신을 암매장했다면 땅을 깊게 파냈을 것으로 보고 이를 감안해 발굴 범위와 깊이를 정할 계획이다. 시신 확인을 위해 첨단 장비도 동원할 계획이다. 재단이 파악한 암매장 추정지는 옛 교도소 담장과 철제 울타리 사이 언덕으로, 교도관들의 순찰 외에는 발길이 없었던 곳이다.

제보자는 철제 울타리가 없었다고 기억하며 재단은 현재 지형 변화를 설명해 줄 근무자들을 수소문하고 있다.

5·18 당시 보안대 자료에 따르면 옛 교도소에서 억류당한 시민 28명이 숨졌는데 항쟁 후 임시매장된 형태로 발굴된 시신은 11구에 불과하다. 5·18재단은 나머지 12명이 옛 교도소 일원에서 암매장당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추가 발굴과 정확한 현장 고증을 위해 5·18 이후 지형 변화상을 확인할 기록을 법무부에 요청했다.

기념재단은 전날 현장조사에 참여한 조현종 전 국립광주박물관장과 구체적인 발굴 계획을 마련해 오는 23일께 언론에 발표할 방침이다.

김양래 5·18재단 상임이사는 “37년 만에 행방불명자 발굴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약도를 입수한 경위와 세부 내용은 23일 예정된 기자회견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