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대한민국을 밝힌 촛불집회는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뤄내며 풀뿌리 민주주의가 자리 잡게 된 계기가 됐다. 촛불집회는 각 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집회·시위문화가 바뀌었고 5·18 진상규명에 탄력이 붙었다. 세월호 침몰 진상조사가 본궤도에 오르고 해양경찰청도 부활했다.



비폭력·평화시위 문화 확산



◇집시법 개정 단초 마련=지난달 7일 경찰개혁위원회는 살수차 투입 금지 등을 담은 ‘집회·시위 자유 보장 방안’ 권고안과 세부 지침을 담은 부속의견을 발표했다. 촛불집회와 같은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집회·시위는 다소 흠결이 있더라도 경찰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한다는 큰 틀 아래 집회·시위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내용들이 담겼다.

지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백남기 농민을 쓰러뜨려 숨지게 한 살수차는 집회·시위 현장에서 사용할 수 없다. 개혁위는 살수차 사용 가능 요건을 ‘소요사태 또는 핵심 국가 중요시설 공격행위’로 제한하고, 사용 명령권자는 관할 지방경찰청장으로 규정해 책임을 강화했다. 인권침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경찰의 채증도 ‘폭력 등 불법행위가 행해지거나 그 직후’ 등으로 요건을 명확히 할 예정이다.



5·18 진상규명의 기회



◇5·18 진상규명 재점화=촛불이 일궈낸 정권 교체는 지난 37년 동안 미완의 과제였던 5·18민주화운동 진상조사와 위상 강화를 이끌었다. 지난 5월18일 광주에서 열린 5·18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은 9년 만에 제창될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의 5·18에 대한 관심과 의지는 자연스럽게 진상규명 분위기로 조성됐다. 특히 지난 8월 5·18 당시 전투기 광주 폭격 대기설이 나오자 문 대통령은 즉시 조사를 하라고 지시했고 지난달 11월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져 헬기사격과 전투기 출격대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또한 국민의당 최경환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5·18진상규명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침몰 원인 조사 불가피



◇세월호 진상조사 등 활력=2014년 11월 제정된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을 토대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했지만 1년6개월간 이렇다할 결과도 없이 지난해 6월30일 활동을 종료했다.

촛불집회로 정권이 교체되자 그동안 미온적이었던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에 활력이 생긴다.

지난 3월 국회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지난 7월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이하 선조위)를 구성해 본격 조사활동에 들어갔다. 같은 달 22일 세월호 인양이 시작됐고 4월11일 육상 거치돼 1091일 만에 참담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드러내며 진상규명에 대한 요구가 빗발친다.

선조위는 기존 단순 세월호 관련 기록물 복원 등과 달리 특별법에 근거해 핵심현안인 사고 과실 여부 등을 직접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해양경찰청 부활=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약 한달 뒤인 2014년 5월19일 대국민담화를 열고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경은 2014년11월 해양수산부 외청에서 국민안전처 소속 해양경비안전본부로 위상이 격하됐다.

해경 해체 발표는 기존 수사와 구조·구호 기능은 둘째치더라도 주요 임무였던 불법 중국어선 단속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를 계기로 해경 부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문재인 정부는 정부 조직을 개편하며 국민안전처를 폐지해 행정안전부에 편입, 산하 해경이 다시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부활했다. 2년8개월만에 다시 예전의 지위를 되찾은 것이다.

해양경찰청이 부활하자 불법 중국어선 단속도 다시 활기를 띤다.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중국 쌍끌이(타망)어선 조업 허가 기간을 앞두고 서해해경은 5일간 선제적 특별단속을 벌여 3척을 나포하는 등 본격 활동하고 있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