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당시 집단발포에 가담한 11공수 부대가 희생자들을 가매장한 장소를 찾기 위해 일반 보병으로 위장하고 광주에서 발굴 작업에 나선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 작업에 가매장 장본인들 외에도 상당수 관련 부대원들을 동원한 점으로 미뤄 새로운 암매장지와 그 은폐 의혹을 추적하는 단서가 될지 주목된다.

이는 지난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면담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당시 염규홍 국방부 과거사위 조사1과장 등이 김효겸 제11공수 62대대 4지역대 1중대 하사와 면담한 기록이 증언으로 수록돼 있다.

11공수는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가 자행된 5월21일 조선대를 거쳐 주남마을 뒷산에 매복 중이었던 부대다. 이들은 광주시 동구 주남마을 인근을 지나던 미니버스를 난사, 전체 승객 18명 중 15명을 사살하고 부상자 3명 가운데 2명을 총살·암매장한 부대다. 당시 희생자들을 총살하고 가매장한 주동 인물은 정원각 중사와 한상천씨 등 2명이다.

김 하사는 면담보고서에서 “광주에서 철수 후 국민대에 주둔할 때 62대대장 인솔하에 일부 병사들이 보병복장을 하고 광주로 가서 가매장지 발굴 작업을 전개한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그의 증언에 등장하는 5·18 당시 62대대장(이제원 중령)도 지난 1995년 검찰조사에서 “여단에서 광주에서 사체를 가매장한 병력들을 전부 차출해 보내라고 해 보낸 사실이 있다”고 증언을 뒷받침했다.

군의 가매장지 발굴 시점은 6월초로 추정된다. 김 하사의 직속 상관이었던 최규진 11공수 62대대 4지역대장은 같은 해 5월31일 검찰에서 ”‘정원각이 광주에 내려간 시기는 어떠하며 사체를 발굴하고 왔다고 하던가요’라는 질문에 ‘저희가 국민대에 올라간 것이 5월29일 경인데 그로부터 1일주일이 채 못된 시기였으니 6월초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여단에서 병력들을 전체적으로 인솔하고 광주로 내려갔는데 저의 기억으로는 정원각이 발굴하고 왔다고 저에게 보고를 한 것 같은 데 정확한 기억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원각은 가매장지를 찾지 못했다. 그가 암매장한 희생자들은 이후 주민 제보로 발굴됐다. 이 사건의 핵심인물인 정씨는 사망했다.

5·18 관련자들은 11공수 관련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가매장된 희생자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광주에서 사체를 가매장한 병력들을 전부 차출해 보내라고 했다”는 이 중령의 진술에 주목한다. 복수의 관련자를 광주로 보냈다는 것은 또다른 암매장이 있었을 것이라는 방증이라고 보는 것이다. 또 공수부대원들을 일반 병사복장으로 갈아입힌 뒤 광주로 보낸 점은 조직적으로 암매장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11공수의 암매장지 발굴작업에 대한 문건은 더 이상 드러나지 않고 있다. 5월 단체 등은 군 부대의 특성상 임무에 대한 보고서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수만 전 5·18 유족회장은 “그동안 국방부는 이미 죽은 정원각씨에게 가매장에 대한 사항은 모두 떠넘기며 군부대의 가매장지 발굴작업 결과는 공개되거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사망자를 마지막에 처리하는 군수부대 등에는 반드시 가매장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