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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잡이 노동요

2017. 09.12. 00:00:00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 말.’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
가을은 전어와 함께 시작된다. 전어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해역에서 많이 잡힌다. 광양만이나 사천만이 전어잡이로 유명한 까닭이다. 전어는 산란기(3∼6월)가 끝나는 7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잡기 시작해 늦게는 11월 말까지도 잡는다. 7∼8월은 뼈가 연해 ‘세코시’로 좋고, 9∼10월 전어는 뼈가 세져 구이용으로 좋다고 한다.
얼마 전 경남 사천시 대포항에서 전어잡이 배에 동승한 적이 있다. 60대 부부는 새벽 2시30분께 출항해 6시까지 마을 앞바다에 네 차례 그물을 내리고, 걷었다. 배를 선회시키며 250m 길이의 그물을 내린 후 잠시 후 걷어 올리면 그물코에 은빛 전어가 한 마리, 한 마리씩 걸려 올라왔다.
엔진이 없었던 돛단배 시절에는 배 두 척이 짝을 이뤄 전어를 잡았다. 지선이 그물을 끌고 전어 떼를 원형으로 둘러싸 잡는 방식이다. 12명이 역할을 분담해 조업을 했다. 잡은 고기는 가래(쪽대)로 배에 퍼 담았다.
이때는 나일론 그물이 아니라 면사 그물이어서 쉽게 썩어 버렸다. 그래서 사천만 마도 전어잡이 어민들은 면사 그물에 ‘갈’(소나무 껍질)을 입혔다. 소나무 껍질을 방아질해서 가루로 만들 때 부르던 노래가 바로 ‘마도 갈방아소리’이다.
“이 갈 속에는 전애(전어)가 들고/ 그물 속에는 돈이 들고/ 우리 집에는 쌀이 든다/ 마실에는 웃음 든다/ 갈 퍼 보세 갈 퍼 보세/ 어기야 디야차 갈 퍼 보세.(에이야 갈이야)”
마도 어부들은 노를 저어 하동 장에 가서 지리산 소나무 껍질을 사 왔다. 그물을 삶는 데 필요한 서너 가마니 분량의 갈 가루를 만들려면 장정 4∼6명이 번갈아 가며 서너 시간 동안 찧어야 할 정도로 고된 노동이었다.
광양 망덕포구에도 노를 저어 나갈 때 부르는 ‘놋 소리’, 그물을 올릴 때 부르는 ‘당김 소리’, 가래로 고기를 뱃전에 올릴 때 부르는 ‘가래 소리’, 만선해서 돌아올 때 부르는 ‘썰 소리’가 남아있다.
전어 철이다. 손쉽게 전어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기쁨인가. 하지만 전어잡이 현장에서 노동요가 사라진 것은 아쉽기만 하다.
/송기동 예향부장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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