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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래마을 옛집

2017. 08.24. 00:00:00

“부용산 오 리 길에/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솔밭 사이사이로/ 회오리바람 타고/ 간다는 한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지난겨울 벌교 보성여관에서 ‘부용산’을 들었다. 보성여관으로 취재를 간다 하니 누군가 매니저에게 꼭 ‘부용산’을 청해 들으라 권한 덕이었다. 부용산이 바로 지척인 곳에서, 노래에 얽힌 슬픈 사연까지 떠올리며 들으니 그 어느 때보다 애달펐다.
82년 역사의 보성여관은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으로 유명해졌다. 토벌대장 임만수와 대원들이 묵었던 ‘남도여관’이 바로 보성여관이다. 여관엔 눈에 띄는 공간이 있다. ‘태백산맥’과 원고지 그리고 볼펜이 놓인 작은 책상이다.어둠 속에 불을 밝힌 책상에 앉아 소설의 한 대목을 적어 본다. 시간을 거꾸로 돌린 듯한 보성여관은 힐링의 공간이다. 매달 3000명이 다녀갔던 보성여관은 유시민 등이 출연한 ‘알아 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소개되면서 요즘 인기몰이 중이다.
여름날 찾은 나주 도래마을 옛집 역시 또 다른 힐링의 장소였다. 나주시 다도면 풍산 홍씨 집성촌에 자리한 옛집은 안채·문간채·별당채로 이루어진 소박한 공간이다. 작은 사랑방은 조용히 생각에 잠기기에 그만한 곳이 없다. 대청마루에서 땀을 식히고, 주변에 핀 꽃들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별당채 마루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는 광경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두 곳 모두 국민과 기업 및 단체로부터 모금과 기증을 받아 시민들이 지켜 가는 공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보성여관은 시인 이상의 옛집 등을 관리하는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위탁 운영한다. 옛집은 (재)내셔널 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이 보존하는 ‘시민문화유산 2호’다. 1호는 서울 최순우 옛집, 3호는 권진규 아뜰리에다.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나들이 가기 좋은 계절이다. 두 곳 다 그냥 슬쩍 들여다보고만 가면 시시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니 시간을 넉넉히 잡고, 툇마루에 앉아 차 한 잔의 여유와 따사로운 햇살을 만끽하시길.
마침 30일엔 이곳 옛집에서 연주회 ‘음악이 꽃피는 한옥’(9월27일·10월 28일도 예정)과 염색 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한옥 풍경, 근사하지 않은가.
/김미은 문화부장 m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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