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미래다 <8>목포 청소년 쉼터 '꿈틀' 한정민·정현석·조재상 대표
2017년 02월 15일(수) 00:00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게스트하우스·여행자박물관 갖춘 '청년들의 쉼터'
전남 섬마을 아이들 응원 '섬줌인' 프로젝트 예정

'꿈틀’ 공동대표 한정민(왼쪽부터)·정현석·조재상씨가 자신들이 만든 청년문화공간 ‘꿈방’에서 올해 프로젝트 성공을 다짐하고 있다.

청년문화가 ‘척박한’ 전남에 단비 같은 존재들이 나타났다. 남들과 조금도 다를 게 없는, 그저 평범한 청년들이 모여 서로 위로할 수 있는 공간. 이곳에서 현실을 쫓느라 잊고 있던 꿈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돕고 그들만의 새로운 강연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3명의 ‘꿈쟁이’들이다.

‘꿈틀’ 공동대표 한정민(26)·정현석(27)·조재상(27)씨는 목포시 용당동 스카이빌딩 6층에 지역 청소년·청년들의 쉼터 ‘꿈방’을 마련하고 이들이 꿈을 찾아주는 작업들을 펼치고 있다.

꿈방은 지역 청년·청소년들 누구나 언제든 찾아와 쉴 수 있고,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청년문화공간’으로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다. 타지에서 찾아온 청년들이 하룻밤 머물다 갈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와 여행자박물관까지 갖춘 198.3㎡(60평) 규모의 실내공간을 자랑하고, 옥상형태의 야외공간 82.6㎡(25평)이 있어 다양한 행사를 기획할 수 있다.

이 공간에서는 특별한 토크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우리가 만드는 강연문화’를 추구하는 ‘청춘 톡 투유’다. 청년들의 자체적 행사·모임이 전무하다고 할 수 있었던 전남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멘토들의 강연을 찾아다니는 청년들이 많아요. 너무도 대단한 사람들이라 평범한 청년의 입장에서 오히려 더 공감하기가 어려울 때도 많았습니다.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우리끼리 편하게 이야기하면서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낼 수 있는 강연문화를 만들고 싶었죠.”(한정민)

이들은 참여자라면 누구나 강연자가 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다. 청년들이 쉽게 공감하고 토론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해 그에 맞는 강연자를 초청하고 있다. 강연회를 기획하고 진행할 스텝들도 참여하는 청년들로, 참가비는 무료다.

‘취업과 도전’을 주제로 첫 번째 강연을 시작해 2회 ‘휴식’과 3회 ‘여행’을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최근에는 광주에서 청년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동네줌인’ 김태진 대표를 초청해 4회 ‘눈치보지 말고 놀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또 지역에서 음악을 하거나 또는 음악을 하고 싶은 청년들끼리 모여 공연을 펼치는 ‘날로 먹는 음악회’도 진행하고 있다.

3명의 꿈쟁이들이 매달 80만 원 상당의 임대료 등을 마련하기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사비를 털어가면서 ‘꿈방’을 운영하고, 시간을 쪼개 강연회를 여는 이유는 오로지 또래 청년들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어서다.

정현석씨는 “청년은 물론이고 청소년들까지 일찍이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인생을 짜맞추며 괴로워하고 있더라”며 “그 잃어버린 꿈을 찾아주고 우리끼리라도 응원해주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청춘 톡 투유’는 매회 30∼40명 선착순으로 참가자를 모집하는데, 입소문을 타면서 늘 ‘조기마감’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 충남 당진 청년들도 찾아올 정도다. 자연스레 방문객이 늘었고, 1주일에 60∼80명의 청년들이 머물다가는 ‘청년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저녁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꿈방’의 단골손님은 아이러니하게도 취업에 성공한 30대 직장인들이다. 퇴근 후 서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청소도 돕고, 가전제품 등을 기증하면서 자연스레 ‘꿈방’을 운영해나가는 분위기다.

30대 직장인들은 물론, 결혼을 한 가장도 청년은 청년이다. 취업난을 뚫고 어렵사리 직장을 구해도 고민거리는 오히려 줄지 않는다. 내 집 마련과 결혼자금 문제부터 ‘과연 내가 꿈꾸던 일인가’라는 더 큰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게 이 시대 청년들이기 때문이다.

광주 OB맥주공장 사원 조재상씨도 같은 고민을 품고 있다. 그는 “회사를 다니면서 동료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직장인들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3명의 꿈쟁이들은 앞으로 좀 더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나갈 생각이다. 다행히 지난해 ‘전남형 고용혁신프로젝트’에 선정, 공간대여·문화기획 공간운영을 아이템으로 창업지원을 받게 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전남지역 섬마을 분교 아이들을 찾아가 경험을 나누고 꿈을 응원할 수 있는 ‘섬줌인’ 프로젝트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청년의 고민과 부담감은 청소년 세대까지 내려가 일찍이 꿈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청춘이 품고 있는 열정과 꿈이 저평가되는 시선과 현실을 하루빨리 깨트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사진=박기웅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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