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문화시민] <7> 성남아트센터
2016년 07월 13일(수) 00:00
‘문화의 일상화’ 모토 … 시민 동아리 자생 돕는다

자생적인 문화예술 동호회를 지원하는 사랑방 문화클럽은 성남시민들의 문화지수와 자부심을 높여주고 있다. 1년에 한번씩 열리는 사랑방 문화클럽 축제 모습. 〈성남아트센터 제공〉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인적없던 이곳에/세상 사람들 하나 둘 모여들더니(중략)/바위섬 너는 내가 미워도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다시 태어나지 못해도 너를 사랑해.”(가수 김원중의 ‘바위섬’ 중에서)

지난달 중순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자리한 성남아트센터 앙상블 시어터 2층 교육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40여 명의 수강생들이 피아노 반주에 맞춰 대중가요 ‘바위섬’을 부르고 있었다. 매주 화·목요일 2차례 진행하는 ‘하모니 앙상블’ 강좌. 평소 가곡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참여해 3개월 과정 동안 국내외 가곡들을 배우는 시간이다.

수강생 대부분이 60∼7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지만 노래를 부르는 표정에는 열정이 가득했다. 소프라노와 알토, 바리톤 파트의 화음이 어우러진 노래를 듣고 있으니 취재차 광주에서 성남까지 3시간 동안 달려온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듯 했다.

이들의 연습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30분 동안 맨 뒷자리에 앉아 ‘에델 바이스’ ‘영원한 사랑’ ‘10월의 어느 멋진날에’ ‘선구자’ 등을 감상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들의 노래실력은 아마추어라고 부르기엔 부족할 정도로 뛰어났다.

하지만 지휘를 맡은 성악가 박윤희씨는 노래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미흡했던 부분을 지적하며 이들을 독려했다. ‘알토 부분과 바리톤 부분이 너무 약해요. 내 노래만 듣지 말고 다른 파트의 소리도 함께 들으며 발성해야 해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1박자를 제대로 쉬지 않고 바로 치고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이날 박씨가 수강생들에게 쓴소리를 늘어놓은 건 2주일 후에 예정된 공연 때문이었다. 성남 분당 차병원에서 환자들을 위로하는 무대를 열기로 한 이들은 최상의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한달 전부터 맹훈련을 해왔다. 이미 불우이웃시설이나 요양병원 등에서 노래솜씨를 과시한 적이 있지만 매번 새로운 무대를 위해서 역량을 갈고 닦는다.

사실 ‘하모니 앙상블’에 참여하는 수강생들 가운데 상당수는 젊은 시절, 성악을 전공했거나 교회나 성당에서 성가대로 활동한 경험을 갖고 있다. 생업 등에 밀려 자신의 취미를 살리지 못했지만 현직에서 물러난 이후 얻게 된 시간적 여유를 이곳에서 보낸다. 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맘껏 부를 수 있고 종종 이웃들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선사할 수 있어 기쁘다.

교직에서 은퇴한 조춘자(74·성남시 이매동)씨는 “평소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지만 정년퇴임하기전 까지는 생활이 바빠 시간을 내지 못했다”며 “1주일에 2∼3번 수강생들과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르고 공연 봉사를 할 수 있어 하루 하루가 즐겁다”고 말했다.

‘문화로 행복한 시민’. 바로 성남아트센터가 꿈꾸는 비전이자 미래다. 조씨 할머니처럼 시민들은 성남아트센터에서 예술에 대한 안목을 키우고 문화를 즐긴다.

성남아트센터는 여느 수도권 복합문화공간이나 서울의 대형 아트센터에 뒤지지 않는 체계화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장르별, 대상별에 따른 차별화 강좌가 강점이다. 감상·이론 아카데미, 음악아카데미, 미술·사진아카데미, 무용아카데미, 어린이 아카데미, 창의예술놀이-통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1년에 2차례 운영하는 100여 개의 강좌에는 현재 1000여 명의 수강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행복한 마음 미술치료(Art Therapy), 태교 Art Therapy , 유화와 아크릴, 인체크로키, 현대미술, 디지털 사진창작 등 미술·사진 아카데미에서 부터 클래식 기타 기초반, 플루트, 재즈반, 우리 가족은 피아니스트, 하모니 앙상블, 즐거운 가곡교실, 성악 마스터 클래스, 첼로, 대금 등의 음악 아카데미까지 풍성하다. 어린이 아카데미의 경우 매년 여름방학 기간에 개설되는 어린이 여름예술학교(월∼금요일 오전 8시∼오후 7시)를 비롯해 상상력을 높이는 놀이, 음악그리기(6∼7세 대상), 초등성악, 어린이 발레, 초등바이올린, 피아노, 바이올린, 엄마와 함께 하는 유아미술교실(5세), 아티톡톡 미술관 프로젝트 등 40여개나 된다.

이들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는 부서는 문화사업부 아카데미. 팀장인 노상환(42)씨를 비롯해 3명의 전문인력이 상·하반기로 나눠 100여 개의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기초적인 감상과 실기 강좌에서 부터 수준별 심화과정, 트렌드를 주도하는 전문강좌까지 다양하다. 일부 강좌의 경우 인근 타 도시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원정 수강을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10년 째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노상환씨는 “성남 아트센터가 수도권의 ‘빅3’이 공연장이 되기 까지에는 수준높은 콘텐츠와 문화예술교육가 큰 역할을 했다”면서 “아카데미의 역량과 내실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안으로 독립조직인 ‘성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를 발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성남아트센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콘텐츠는 다름 아닌 ‘사랑방 문화클럽’이다. 지난 2006년 전국에서 최초로 성남시민들의 자발적인 문화예술동호회를 지원하기 위해 ‘문화의 일상화’를 모토로 출범했다. 약 1100여개에 이르는 문화예술동호회가 연습공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착안해 160여 개의 문화공간을 (이들에게) 무상으로 빌려주기 위해서다. 문화클럽 회원들이 모여서 연습하고, 발표할 수 있는 공간 인프라를 제공하고 필요한 장비나 시설을 빌려주는 일종의 간접지원형태다. 과거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관(官)에 의존하는 풍토를 조성한다는 비판에 따라 동아리들이 자생적인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촉매역할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 결과 성남시민들은 사랑방 문화클럽을 통해 ‘문화가 흐르는 삶’을 누리고 있다.

사랑방 문화클럽은 지난 2010년 3월 ‘사랑방 오케스트라’라는 또 다른 형태의 문화클럽을 만들어 내는 등 성남시의 문화지형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전국 158개 기초 시·군(광역시 제외)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2 지역문화지표 개발 및 시범적용연구결과’에서 영예의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는 곧 문화도시의 성공이 화려한 축제나 빼어난 인프라가 아니라 문화시민들의 문화지수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성남=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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