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발생지역에서 생산된 못자리용 상토(床土=모판흙)가 해남에 공급될 예정이어서 지역 농·축산 농가가 반발하고 나섰다.

16일 해남군과 축산농가에 따르면 해남군은 농민들의 일손부족 해소와 생산비 절감을 통한 고품질 쌀 생산으로 농가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해 올해 10억8000만원을 투입해 못자리 상토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군은 지난달 전국 20여개 상토업체를 대상으로 공고를 내고 업체 선정에 나섰다. 이때 군은 “2월 3일 현재 발생지역 이동 제한에 있는 시·군 소재 생산업체는 참여를 배제한다”는 원칙을 내걸어 10여 개 업체는 등록조차 하지 못했다. 군은 입찰에 참여한 8개 업체 가운데 5개 업체를 올해 해남군 상토공급 지정업체로 선정했다.

하지만 해남 축산농가는 “상토 지원사업 지정업체로 선정된 한 회사의 상토가 구제역 발병지역에서 생산됐다”며 “지역내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업체는 경북 경주시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 20ℓ 32만 포를 올해 해남군 관내 신청농가에 공급할 예정이다.

경주시의 경우 지난 12일 한 축산 농가에서 구제역 의심신고를 한 후 이튿날 구제역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 업체는 구제역 확진 판정일인 13일까지 운수회사를 통해 강진군 성전면 소재 회사 하치장에 해남군에 공급할 상토 18만 여포를 운반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남군 양돈협회와 한우협회 소속 농가들은 “해남군이 상토 사업설명회 당시 사업시행 이전·후에 상토 생산지역에서 구제역과 AI(조류 인플루엔자) 등이 발병하면 사업에서 배제시킨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해당업체는 관내 상토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남군 관계자는 “구제역 등이 발생되면 발생지역 3㎞ 이내는 ‘예찰 관리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법적인 관리가 따른다”며 “생산업체의 상토는 구제역 발생지역과 같은 지역이라 지역 농·축산 농가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현재 하치돼 있는 18만여포 외의 물량에 대해서는 공급계획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당 상토 공급업체 관계자는 “못자리 상토의 원자재인 ‘제오라이트’(Zeolite)는 경주와 포항에서만 생산돼 전국 상토업체에 공급되고 있는데 구제역이 발생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제재를 한다는 건 이해 못 할 일”이라며 “비료 등 일부 농자재도 구제역 발생지역에서 전국 각 지자체로 공급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해남=박희석기자 dia@